매일신문

야고부-맹물論

▲관중과 포숙아가 제나라를 패국으로 만든 뒤 약 100년 지나 안자(晏子)가 대부가 되었다. 당시 신하 중에 양구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안자와 다른 방법으로 주군을 섬겼다. 하루는 왕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안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양구거가 어떻게 알고 급히 입궐했다. 왕이 "양구거만이 나와 화(和)하는 신하로구나"고 하자 안자는 "화하는 것이 아니라 동(同)하는 신하입니다"라고 했다.

▲"동과 화는 어떻게 다른가"고 묻자 "동은 같은 것이요, 화는 어우러짐입니다. 마치 물과 불로 고깃국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군주와 신하와의 관계도 이러해야 합니다. 군주가 안된다고 해도 좋은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것을 진언해야 하고 군주가 좋아하는 것도 신하가 안된다고 하면 재고해야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입니다. 그런데 군주가 좋다고 하면 양구거도 좋다고 하고 군주가 안된다고 하면 양구거도 안된다고 합니다. 물과 물이 합쳐 어떻게 국이 될수 있겠습니까"

▲권력이 오만해지면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오만한 권력주변에 어찌 건전한 비판세력이 발붙이겠는가. 당연히 예스맨들의 잔치판이다. 권력은 다시 권력을 부르고 마침내 힘이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힘은 남을 배척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권력주변의 충신들이다. 권력주위에 맹물이 많아 제대로 국을 끓일 수 없다는 안자의 '맹물론'이 우리를 일갈하고 있다. 사마천이 사기(史記)에서 "안자가 살아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말채찍을 잡는 천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가장 흠모했던 사람이다.

▲집권후반기 예스맨들의 잔치는 시작됐는가. 시장경쟁원칙을 추구하겠다던 초기 정부의 의지는 스러지고 쏟아지는 정책들은 걸러짐이 없어 조악(粗惡)하게까지 느껴진다. 대북정책이 그렇고 외교관계가 그렇다. 의약분업 실패와 교육정책의 파탄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금융감독기구를 민영화하겠다는 엊그제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정부기구인 금감위를 비대화 시켜버려 반대세력과 힘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권력이 강성해지면 쾌도난마의 시원함은 돋보일지 모르지만 민심을 제대로 읽기가 어려워진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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