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는 '탈(脫) 대구'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구직자는 물론 이직희망자에다 건설일용직 근로자 등 대구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방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서울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에 입사한 한모(28.경북대 졸업)씨. IT관련 국제공인자격증까지 가진 한씨는 "대구에서 연봉 2천만원을 준다는 기업이 있었지만 앞으로 연봉상승 폭이 높고 발전가능성이 커 보여 1천800만원의 임금에도 불구, 서울에 직장을 구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의 취업준비생 중 상당수는 지역 중소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연봉이 1천500만원도 안되는 등 근무여건마저 열악해 원서가 와도 받아가지 않는다는 게 한씨의 얘기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올해 졸업생 가운데 80% 가량이 서울, 창원 , 구미 등 대기업 계열사가 있는 지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건설경기침체로 새벽 인력시장이나 용역업체에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건설일용직 근로자들도 일감을 찾아 안산.평택.성남 등 수도권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미장공 유모(34)씨는 4개월전 대구를 떠나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건축현장의 컨테이너 임시숙소에서 잠을 자는 고단한 생활이지만 한달 20일이면 14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다는 것. 유씨는 "만약 대구에 있었다면 공공근로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구에 변변한 관급공사나 아파트 공사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구 건설일용직 노조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 10만명 가운데 2만명만이 대구에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구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희망자들도 탈대구 행렬의 예외가 아니다. 지역의 중견기업에 5년동안 다니던 김모(32.여)씨는 전망이 불투명해 전직을 하려 했지만 대구에서는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서울에서 영어학원 강사생활을 1년째하고 있다. 김씨는 "과외수입까지 합하면 한달에 300만원까지 벌 수 있어 지역기업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00년 인구이동 집계결과'에 따르면 대구시의 전체 전입자는 47만8천명, 전출은 48만1천명으로 전출자가 3천명이나 많았다. 전출자를 성별, 연령별로 보면 25~29세의 남자 3만3천538명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전체 남성의 14%, 25~29세의 여자는 4만43명이 타 지역으로 전출, 전체여성의 16%를 각각 차지하는 등 한창 일할 연령층의 탈대구 행렬이 두드러졌다.
대구노동청관계자는 "대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대형공사 발주도 대부분 타지 건설회사들이 따내고 있어 대구지역에서 고용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역의 신규대졸자나 직장인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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