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金대통령 日교과서 언급

김대중 대통령이 11일 한일 경제협회 일본측 회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문제의 교과서가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한 뒤 처음으로 나온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골자는 일본 역사교과서는 반드시 재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먼저 "역사인식 문제는 과거문제지만 양국 국민간 관계를 결정하는 근본문제"라고 말해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지난 98년 일본 방문때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와 맺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에서 일본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사죄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교과서 검정문제는 그에 비춰 매우 미흡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 '교과서 채택과정이나 새로운 수정'을 제시하고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김 대통령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날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우리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국내의 비판여론 때문이다.

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 남북관계 진전, 임기내 70억달러의 일본자본 유치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점 때문에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또 현재 일본정부가 별다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전략상 마지막 카드인 국가원수의 직접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참모들의 판단도 김 대통령의 침묵에 한몫했다. 그러나 비판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반일감정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재수정 요구는 일본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문제의 교과서가 재수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김 대통령은 재수정을 요구하면서 재수정이 안됐을 경우 발생할 문제나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도 재수정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본 정부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 국내의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