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일 교과서 대응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김대중 대통령의 재수정 요구를 신호탄으로 초강경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12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첫회의를 열어 가능한 모든 외교적 카드를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전면 연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 방침의 강경 선회는 우선 대통령까지 나서서 재수정을 요구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재수정 불가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문제가 중대 사안이긴 하나 양국관계의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다른 외교적 문제와는 연계시키지 않기로 했던 종전의 방침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여기에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대한 국내의 비판여론도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외교당국자는 12일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침착하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섭고 단호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서 문제는 정치·사회·문화 등 한일간 여러 관계중의 하나이며 이 문제를 가지고 한일관계 전체를 흐트릴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로 양국 관계의 악화는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에 대해서도 그는 "이번 사태로 일본은 국제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대응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밖에 △일본 우익인사의 국내 입국 거부 △'천황'표기의 '일왕' 수정 △다자간 국제회의에서의 왜곡사실 폭로 등의 방안도 단계별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이 현실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남북관계나 투자유치 등에서 현실적으로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인데다 우리 정부의 요구가 일본내 우익과 여론주도층의 반발을 불러와 반한(反韓)감정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의 딜레마는 또 있다. 우리측의 대응강도가 강화되더라도 오는 7월 총선을 앞둔 일본내 사정이 우리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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