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시, 바로 알자-수능에 대한 오해(2)

올해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된다는 발표가 있은 후 고3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지금까지 쉬운 수능, 무시험만 생각해 왔는데, 이제 와서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라면 어쩌냐는 것. 그러나 수능시험의 난이도는 단순히 '쉽다' '어렵다'로 따져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도 쉽다=먼저 짚을 것은, 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얘기의 구체적 기준이다. 이번에 제시된 난이도는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 성적이 75~77점 되게 하겠다는 것.

그러나 고3 교사들은 이 정도는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받은 학생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평균 84.2점이나 됐던 작년에 비해 어렵다는 말이지, 절대 평가해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쉬운 수능'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감만 늘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재수생 영향은 일부=현재의 고3들 학력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 제기는 분명 설득력을 갖고 있다. 재수생과의 학력 격차도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생의 영향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수해서 점수를 더 많이 받는 경우는 20% 안팎에 불과하고, 이들은 대부분 상위권에 밀집되므로 특히 중하위권 재학생에게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현재의 고3이 수행평가 1세대이므로 수능시험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게 실천된다면 재수생이 오히려 불리해진다.

또 대학 1학년들의 재수 행렬 동참이 올해는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도 재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내년 전형제도로는 재수생이 불리하다는 예측 때문에 아예 재수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역별 난이도가 관건=수능시험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전 과목이 모두 어려워지리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1994년 수능시험이 도입된 후 평가원이 영역별 난이도를 목표에 맞춘 경우는 거의 없다. 한해 어려웠던 영역이 이듬해에는 지나치게 쉬워지는가 하면, 몇년 내리 쉽게 출제되는 영역도 있다. 언어영역 경우, 2000학년도에 너무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되자 2001학년도에는 아주 쉬워졌다. 외국어영역은 점수를 잘 못 받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계속 쉬웠다.

수험생들의 평균 성적과 체감 난이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어렵게 출제되는 한두개 영역인 것이다. 올해는 언어영역과 수리탐구Ⅱ가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두고 볼 일. 출제진과 검토진이 아무리 노력해도 수험생 체감 난이도를 명확히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가원의 수능 출제가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는 걸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육계에는 "난이도는 신도 못 맞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주눅 들지 말고 성실히 대비하는 것만이 괜히 난이도 함정에 빠져들지 않는 최선의 길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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