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입시상담실

고3 수험생 어머니입니다. 공부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아이가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오전 6시 정각, 어머니가 바쁘게 식탁에 반찬과 밥을 차리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고3 수험생이 자리에 앉습니다. 지난 밤, 아들은 야간 자율학습 탓에, 아버지는 직장 회식 때문에 자정 넘어서야 집에 들어 왔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습니다. 여느 때처럼 기계적으로 숟가락질을 할 따름입니다.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6시 50분까지 등교, 아버지는 7시까지 출근해야 합니다. 그러다 뭔가 말을 걸어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 아버지가 묻습니다. 간밤에 몇 시에 잤니? "2시 반". 아들이 무뚝뚝하게 답합니다.

갑자기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2시 반까지 공부하다니 대단해… 고기 반찬을 아들 밥그릇으로 집어 넣어 주며 엄숙하게 덧붙입니다. 더 열심히 해. 아들이 겸연쩍게 미소 짓습니다….

고3 수험생 가정의 아침 풍경을 희화적으로 그려봤습니다. 이 가정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그냥 몇 시에 잤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느냐가 아닙니다. 실제로 몰두해서 공부한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학생은 분명히 학교 수업시간에 졸 것입니다. 4시간도 자지 않고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계속 밤잠을 자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할 것입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4당5락'이란 말만큼 수험생을 터무니없이 괴롭히는 것은 없습니다. 잠은 필요한 만큼 반드시 자야 합니다.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가능한 한 6시간 이상 자야 합니다.

많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잠 적게 자는 것과 성적 사이에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배우는 일은 대부분 낮 시간에 진행됩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합니다. 수험생에게 잠은 최고의 피로 회복제이고 에너지 보충 기회입니다.

잘 자는 학생이 공부도 잘 합니다. 문제는 필요한 만큼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공부에 몰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대구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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