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디케이터 고교생 경신고 방문

"한국에 오려고 일년 동안 세차장에서 일했습니다. 부모님으로 부터는 당연히 한푼도 못받았지요".

지난 9일 대구 경신고 1학년 교실. 남자 학교에 왠 소녀들이, 그것도 금발에 푸른 눈을 빛내며 함께 수업을 받고 있었다. 경신고와 자매 결연한 미국 시애틀 디케이터 고교생들이었다.

모두 10명. 같은 또래이지만 우리 고교생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가장 큰 차이는 모두가 제 힘으로 한국 오는 비용을 마련했다는 점. 고교에 입학할 때 한국 고교와의 교류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편의점.세차장.패스트푸드점 등에서 6개월~1년여를 일했다는 것. 경신고 석인수 교장도 놀라워 했다. "1995년 자매결연한 후 우리 아이들도 매년 50명 안팎이 미국에 가지만 하나 같이 부모가 경비를 댔어요".

수학 수업이 시작됐다. 아니, 수학 선생님이 영어로 수업을? 유창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A is divided by B. 어흠 어흠". 잠시 더듬자 교실은 웃음과 박수 소리로 떠들썩해졌다.

그러나, 연유를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미국 학생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웃음은커녕 오히려 더 진지한 눈빛으로 교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껌을 찍찍 씹어대며 교사에게 농담이나 던지는, TV에서 본 그곳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게 참모습일까?

미국 학생들은 오는 16일까지 10일 동안 경신고 학생들의 가정에서 민박하며 동화사.울산공단.하회마을.판문점 등을 두루 견학할 예정. 제 힘으로 경비를 벌어 찾아온 나라, 미국 고교생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느낄지 궁금해졌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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