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초대석-고통받는 이웃에 부활의 참뜻 설파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저도 잘 모릅니다. 삶 속에서 인간적인 진실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의 생활에 새로운 생명기운을 불어 넣는데서 부활의 참 뜻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경북 왜관읍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에서 비디오 제작, 배급을 하고 있는 임 세바스찬(65) 신부는 현실의 삶이 곧 종교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오늘날 부활절(올해 4월15일)의 의미를 설명한다.

"사제들 뿐 아니라 신자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임신부는 "항상 새롭게 출발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신앙생활의 기초라"고 덧붙였다.

독일 출신, 성 베네딕도수도회 소속 사제로 35년째 왜관 수도원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임신부는 본당사목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화를 비디오로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 독특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실한 삶의 모습을 담은 영화만큼 좋은 복음은 없습니다. 말 보다는 매체가 인간에 대한 존엄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효과가 더 큽니다"

비디오를 보급하니 돈꽤나 만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제껏 임신부가 보급한 비디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활동을 담은 '선교사 시리즈', 죽어가던 자연이 한 사람의 힘으로 다시 생명의 땅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준 만화영화 '나무를 심는 사람', 신과 인간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색하는 스웨덴 영화계 거장 잉마르 베르그만의 '겨울빛', '침묵' 등이다. 모두 장사와는 거리가 먼 종교, 어린이, 순수예술영화다.

헐리우드 영화의 선정성, 폭력성이 지배하는 비디오 시장과 동떨어져 있어 판매량이 형편없다. 지난 85년부터 만들어 낸 70여개의 비디오 가운데 100개 이상 팔린 비디오는 몇편 없다. 겨우 보급 비용을 감당하는 실정이다.

"얼핏 보면 종교와 관련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종교의 뿌리인 인간과 신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사회변동에 따른 가치관 혼란이 심각해 질수록 시야를 넓혀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세바스찬 신부가 끊임없이 비디오 제작에 몰두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임신부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54년. 부르쯔부르그 대학을 다닐 때 한국 유학생들과 교류를 가지면서 좋은 인상을 받아 지난 66년 자원해서 한국 땅을 밟았다. 본당에서 전도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사람들 마음에 직접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 방법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면, 전통 혼례식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찍어 슬라이드로 제작한 뒤 진솔한 인간의 얘기로 그리스도의 사랑의 의미를 전파했다. 사진을 교리활동에 이용할 수 있도록 9권짜리 책 '사진말'도 편찬했다. 그러다 비디오가 많이 보급되고 교통사고를 당한 뒤부터 본격적인 비디오 제작으로 돌아섰다.

지난 세월, 유신과 군부 독재를 반대하다가 수많은 고초를 겪기도 한 임신부는 71년부터 93년까지 분도출판사를 운영했다. 물론 진보신학서를 펴내다가 판금 조치도 당했지만 늘 고통받는 이웃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는 적극적인 삶,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의 길을 살아왔다.

"사진, 책, 영화 모두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도구입니다. 한국에서의 신앙생활은 항상 만족했고 다시 태어나도 신부가 되어 한국을 찾고 싶습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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