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中 갈등 심화

중국 하이난 섬에 억류됐던 미 승무원의 석방 이후 미국이 12일 미 정찰기와 중 전투기 충돌사건을 '중국의 도전적 행위'로 규정, 중국정부를 강력 비난했으나 중국측이 미정찰기 반환거부를 시사, 미국-중국간 갈등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특히 미국은 이날 중국측 반발을 무릅쓰고 중국연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계속하겠다고 발표, 사건 마무리를 위해 오는 18일 예정된 미·중 간 회담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의 반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국의 정찰 활동에 대한 중국의 도전적 행위를 강력히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 승무원의 귀환을 11일동안 막은 중국의 결정은 양국이 함께 희망하던 관계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을 강력히 비난하고 "정찰 비행은 세계 평화와 안정 유지를 돕는 포괄적인 국가 안보 전략의 일부"라고 규정, 중국 연안 정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매우 미안(verry sorry)'란 용어를 두차례나 사용했던 미국이 승무원이 석방되자마자 중국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미 승무원 억류상황 종결로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이 쥐게 된데다 충돌사고 책임이 공격적인 근접비행을 한 중국 측에 있다는 자체 판단때문이다.

◇중국의 대응=중국 외교부는 12일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비상착륙해 있는 미국 정찰기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으나 반환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이날 정례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비행기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일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조사 결과에 따라 이 비행기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반환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12일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을 방문중인 55차 유엔총회 의장을 만나 이번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중국은 비행기 충돌사건과 관련해 미국측에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과제=미국은 18일 시작될 중국과의 협상에서 △사건 원인에 대한 협의△유사 사건 재발 방지 방안 △EP-3 기체 반환 방안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미국의 연안 정찰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인정해 앞으로의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번협상에서 미 EP-3 정찰기를 협상 무기로 삼아 연안에 대한 정찰비행 중지, 추락전투기 및 조종사 배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도 정보 수집 창구인 연안 정찰문제에 대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데다 배상요구도 응하기 힘든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정찰기의 일정 거리 이내 접근 금지를 담보받는 대가로 △정찰 횟수 축소 △연안에서의 일정 거리 이상 유지 △정찰 항로 변경 등 '통행 규칙'을 제시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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