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중국 상해에 임시정부를 세운 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82번째 기념일을 맞는 오늘,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활동했던 노병(老兵)들은 어느 해보다 통분에 차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침략사를 미화하며 다시 제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본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당시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일본의 망동에 대한 우리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임시정부 광복군 출신은 대구의 5명을 비롯 전국에 200여명이 생존해 있다.
◈◈권준호씨
"민족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쳐가며 일본군에 맞섰던 우리가 이렇게 두눈을 뜨고 있는데 역사왜곡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권준호(79) 광복회 대구·경북연합지부장은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에 대해 "패권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세계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바로 하라"고 촉구했다. 권씨는 "이번 사태가 우리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올바른 역사인식이 없다면 또다시 슬픈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이 고향인 권씨는 지난 42년 흥남공고를 졸업한 뒤 일본 형사와 다툰 일로 석달동안 옥고를 치렀다. 그때 받은 고문으로 아직도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권씨는 44년 9월 일본군에 징집돼 중국으로 끌려갔다가 탈출, 45년 2월 광복군에 입대해 해방 때까지 공작반장으로 일본군내 한국인 병사들의 탈출을 유도하는 일 등을 맡았다.
권씨는 정부의 교과서 파동 대응태도에 대해 "교과서 검정전에 좀 더 강하게 일본을 압박했어야 했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의 민족자존심 고취를 위해 학교수업에서 독립운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일수씨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는 민족정기를 손상 시켰습니다"
지난 44년 2월 중국 양자강 부근 도시인 '한구' 일본군 진영에서 동지 7명과 함께 집단 탈출 광복군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정일수(77·대구시 북구 국우동)씨.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고 싸웠건만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 늑장 대응에 분을 참지 못했다.
"완전히 날조된 내용을 거리낌없이 역사 교과서에 싣는 일본의 파렴치한 행동은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정부의 태도는 주권을 가진 나라의 대응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실망 그 자체입니다". 정씨는 우리 정부가 교과서 검정전에 중국 등 동아시아 여러나라와 연합, 주도적으로 강력하게 대항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대구농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세의 나이로 일본군에 징집된 정씨는 중국 한구시 일본 진영에서 탈출, 호북성 악성현 중국군 유격대인 '조선부흥의용대'를 조직했다. 44년 말까지 일본군을 상대로 공작활동을 벌이던 정씨는 45년 6월까지 미군연합 특수작전인 OSS작전요원으로 훈련을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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