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찰이 법원판결을 무시하다니

경찰이 법원 결정문을 근거로 합법적 '출근투쟁'을 하던 대우차부평공장 노조원들에게 무차별폭력을 행사한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다.

이번 사태를 요약해보면 대우차 구조조정차원에서 이뤄진 대량 해고에 대한 항의로 노조원들이 그동안 수차례 시위를 벌였고 한때는 화염병이 난무하는 불법시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일의 사태는 회사가 노조사무실을 폐쇄하자 노조측에서 '사무실 출입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 법원이 이를 수용한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날 노조원들의 사무실출입은 아무런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이를 묵살하고 항의차원에서 윗옷을 벗고 거리에 누운 노조원들은 물론 도주하는 노조원들까지 끝까지 쫓아가 방패와 곤봉으로 때리고 군화발로 짓밟은 행태는 경찰이 불법폭력을 행사한 어처구니 없는 인권유린이다. 더욱이 노조측의 변호사가 확성기로 법원이 노조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허용했으니 이를 막는건 경찰이 법원판결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경위까지 밝혔는데도 그 변호사에까지 폭행을 가했다니 이건 경찰이 이성을 잃고 폭력집단으로 자처한 폭거가 아닌가. 현장에 있는 전경은 그렇다해도 문제는 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지휘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가 법원결정문이 있다고 고지했으면 경찰지휘부는 일단 시위진압을 중지시키고 경위를 알아본 후 사실로 드러나면 오히려 다른 불상사가 없도록 그들의 출근행렬을 보호해 주는 게 민주경찰의 바른 자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경찰지휘부의 잘못에 기인함에 따라 정부는 이에 대한 타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부평경찰서장의 직위해제와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경위조사를 거쳐 서장 상하(上下)의 지휘체계에서 잘못이 드러나면 전원 상응한 조치를 내려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화염병시위도 문제이지만 경찰의 불법 폭력진압은 더큰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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