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마늘 수입, 언제까지 끌려다니나

정부가 중국과의 마늘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휴대폰 업체와 폴리에틸렌 업체에 마늘구입을 강요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당국의 졸속정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통상마찰은 정부가 짊어져야할 주요한 국가임무 중 하나이다. 당국이 해야할 일을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단순히 혜택을 입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늘과 전혀 관계없는 수출업체에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정책부재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14일 지난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했을 때 중국정부가 그 보복으로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잠정수입중단 조치를 취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약속한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지 않을 경우 비슷한 보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들 수출업체들이 중국산 마늘을 사들여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의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전국 최대 산지 의성농민들은 "수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흥분하고 있다. "중국산 마늘 수입 급증으로 작년에 가격이 폭락해 생산비도 못건졌고, 수확을 두어달 앞둔 현재도 값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또 웬 수입이냐" "전국 40만 마늘 농민들을 모두 죽일 참이냐"는 농민들의 절규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이번 사건의 단초는 당연히 정부로부터 시작됐다. 농촌을 살리기위해 중국산 수입마늘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중국으로부터 더 큰 보복조치를 불렀으며 이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는 결국 관세를 환원시키고 3만2천t의 마늘을 수입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고 이에 수지를 맞추지 못한 민간업체가 수입을 중단했는데 약속 불이행을 내세운 중국의 보복조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금 가뜩이나 칠레와의 농산물 협정체결을 앞두고 농촌 들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수만 농민의 '분노한 농심'의 생채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데 전자·섬유업체가 수입마늘 장사를 한다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정 '무대책'이 또한번 노출됐고 대외협상에서 사전준비가 너무 없었다는 '경박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농산물 수입 협상을 하면서 가격에 대한 규정을 넣지 못했다니 도대체 경제팀은 무엇을 협상했는지 묻고싶다.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수입을 기다리는 해외농산물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 마당에 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또한번 '굴욕수입' 을 해야한다니 정부의 신뢰성이 재차 추락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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