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거 알아?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당신의 계절병말야".남편의 뜬금없는 지적에 화들짝 정신을 차려본다. 아마 초점풀린 눈으로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이 퍽이나 멍해 보였겠지.
집안일과 아이들 틈새에서 허덕이기를 몇 년, 아이들이 크고 나서 시작한 직장생활에 허덕이기를 또 몇 년….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누구를 위해 사는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 다 이 봄 탓이야". 스스로 위안을 찾아보지만 마음 속 어디엔가 숨어있는 허전함이 오늘따라 더 커진 것 같다. 잃어버린 내 이름에 대한 미련때문인가.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꽤 황당한 질문이었다. 당연히 내 이름 석자 정도는 알고있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맞아, 그러고보니 나도 13년간이나 내 이름을 잊고 있었지…. 내가 '상아 엄마'임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그러고 보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상아 엄마'로 불렀다. 나역시 당연히 그게 내 이름인 줄 알고 있고…. '여종숙'.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의 이름 같다. 낯설기조차 하다. 내일부터 '여보', '당신' 대신 '종숙씨'라 불러달라면 남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나는 일이 될 것 같다. '상아 엄마'에서 '여종숙'으로 돌아오는 날, 마흔을 바라보는 거울 속의 아줌마가 아가씨로 다시 태어날 것만 같다. 자신감을 되찾고 나를 위한 시간도 짜낼 수 있겠지. "또 봄이 왔나?". 남편의 농담도 야속하게만 생각지 않고 흘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올봄엔 내가 좀 심각한(?) 계절병을 앓고 있음을 남편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남편이 남들처럼'상아 엄마'라 부르지 않고 '여보'라고 부르는 걸 다행이라 해야 할까?
(39·대구시 북구 칠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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