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겸제'(평론가 윤범모)로 평가받는 소산(小山) 박대성(朴大成, 56)씨가 단순히 풍경을 잘 그리는 실경작가를 뛰어넘어 역사의 흔적을 오늘의 풍경으로 병치시킨 새로운 작품을 들고 귀향전을 갖는다.
요석공주가 설총을 낳은 경주 옛터에 새 화실을 마련한 소산이 고향을 떠난 지 30여년만인 오는 21일부터 5월9일까지 대구 아문아트센터(053-255-1793) 개관초대전을 여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소산은 서울 우이동화실 10년, 양수리화실 10년, 평창동화실 10년에 이어 신라의 땅 경주로 화실을 옮겨 그린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약관의 우이동 시절 당시 동양화단을 풍미했던 관념산수의 물결을 헤치고 실경산수라는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한 장을 열었던 소산이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단순히 눈에 잡히는 풍경이나 사물만이 아니다.
출품작들은 한결같이 세월의 숨결을 주입한 선비적 향기와 옛스러운 아름다움이라는 '서(書)화(畵)기(氣)'일체를 지향하고 있다. 잘 그리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예술이 궁극적으로 다달아야한 향기와 아름다움이라는 명제를 갖고 고향을 찾은 것이다.
98년, 99년 세차례 북한을 답사하고 그려온 금강산, 묘향산 등 대작 중심의 실경산수, 불국사 분황사 계림 포석정 등 경주의 산하, 해바라기 목화 등 소품의 문인화 등 크게 세갈래로 나뉜다.
"고향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던져줍니다".
최근작 '분황사' '포석정' 등은 장식적 요소를 걷어내 간결하면서도 웅후하다. 또 어떤 작품은 경쾌하게 천천히 걷다가 어느 순간 단숨에 내달리면서 먹의 강약과 이완이 자유롭다. 그속에 단아한 정신의 세계가 살아 숨쉬는 듯하다.
"경주 어디를 가나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고 시간의 켜가 겹겹이 쌓여 영감을 느낀다"는 소산은 문인화를 새롭게 살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연의 한 단면을 그리고 거기에 화제를 곁들여 심회를 피력한 글을 적거나 화훼의 가장자리에 인상기를 기술하는 방식이다. 화(畵)는 있되 시(詩)가 없고, 시는 있되 화가 없는 요즘의 문인화를 제대로 그려내겠다는 의지리라.
소산은 주변의 환경과 고독을 떨치고, 홀로 자신의 화업을 일궈온 입지전적인 작가다. 쉼없이 독창성의 내음을 퐁겨온 그가 다시한번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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