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低금리 정책, 보완 시급하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급기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의 도래마저 우려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은행평균 예금금리는 연 5.4% 수준인데 세후 실질이자는 4.3%에 불과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5%대로 추정하면 현금을 은행에 예금할 경우 예금주는 실제 0.7%정도의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근대화 이래 처음인 이같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올 2/4분기 중 실현된다니 놀라운 일이다. 물론 금리가 낮다는 것은 기업이나 서민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그 부작용이 남다르다는 데 있다. 저금리 정책의 목표는 시중에 자금을 풍부하게 하겠다는 데 있다. 그 자금을 기업쪽으로 돌려 경제활성화를 추구함이 1차 목적이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기업쪽은 자금수요 붐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 신용 불안요인 제거에 바빠 IT산업 등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설비투자를 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저금리 효과가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서민은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되레 살인적 고금리 사채시장에 목줄이 매여있다. 유동성이 증권시장으로 흐를 것이란 예측도 빗나갔다. 기업의 장래수익 불투명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동산 쪽으로도 주춤거리고 있다.

은행조차도 자금을 운용할 데가 없다며 예금받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니 넘쳐나는 자금은 고가의 수입상품, 호화 유흥업소, 사치성 오락산업 등 엉뚱하게도 불건전 소비쪽으로 몰리고 있다. 당국의 저금리 정책이 심각한 '딜레마' 에 빠진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오면 이같은 마이너스 효과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본은 비록 제로 금리수준이지만 실물경제는 비교적 탄탄하다. 실물경제의 바탕이 취약한 우리의 저금리 정책은 당장 부(負)의 효과부터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물줄기의 방향도 생각지 않고 댐의 물을 방류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밑바닥 경제는 엉망인데 금리만 선진국형인 소위 '선진국 병'이 조기에 찾아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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