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은 한국마라톤과 인연이 깊은 대회다. 해방의 감격속에 지난 47년 대회는 서윤복(徐潤福)이 2시간25분39초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하고 '36년 베를린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남승룡(南昇龍)이 2시간41분10초로 10위에 올랐다. 서윤복의 기록은 당시 세계최고였으며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의 월계관을 차지한 것이다. 6.25전쟁 직전에 열린 50년 대회는 한국마라톤의 저력을 과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이 1~3위를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최고(最古)의 역사를 가진 만큼 권위있는 대회다. 1897년 보스턴육상협회 회원인 '존 그레이엄'이 마라톤 정신을 미국에 심기위해 미국혁명(독립운동)의 시발지인 보스턴에서 마라톤을 열도록 추진했다. 대회 날짜도 4월 셋째 일요일인 '애국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첫 대회는 15명이 참가해 10명이 완주할 정도로 초라한 대회였지만 지금은 1천배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참가인원이 불어났다. 참가희망자가 계속 불어나 인원을 1만5천여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대회다. 72년 대회부터 여자선수들을 공식적으로 출전을 허용했고 75년부터 휠체어마라톤이 도입돼 인간승리자들이 레이스를 펼친다.
▲이봉주(삼성전자)가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 한국인의 영광을 51년만에 재연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최고기록 보유자인 이봉주는 17일 새벽(한국시간) 보스턴 시내에서 벌어진 대회남자부에서 2시간9분43초의 기록으로 맨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세계최초의 마라토너 필리 피레스가 마라톤 평야를 가로질러 아테네 시민들에게 두손들어 알렸듯이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똑같은 동작으로 인사했다. 잘해야 3위에 들 정도라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서윤복.함기용의 영광을 부활해 골인지점인 코폴리 광장은 8만여명의 관중들의 환호로 뒤덮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가 거덜나고 정치가 실종하면서 사회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총선의 민의(民意)가 소위 3당 연합으로 왜곡되는 등 민심의 이반(離反)도 심하다. 이 거꾸로 가는 듯한 세상에 이봉주 월계관은 청량제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역경을 딛는 의지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교훈은 희망의 메시지처럼 감동적이다. 코오롱팀 탈퇴이후의 갈등과 따가운 시선을 훈련으로 극복한 인간승리가 아닌가. 생산적인 대화는 없고 정쟁(政爭)만 일삼고 있는 이 정치판에 '이봉주 화두'가 조금이라도 자성의 계기가 된다면 그래도 국민들은 덜 분할텐데….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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