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바다의 노다지 '고래'

지난 16일 동해에서 근래 보기 드물었던 대형 밍크고래가 잡혀 무려 3천500만원 가까운 금액에 팔림으로써 고래가 다시 화제거리로 부상했다. 고래는 얼마나 잡히며, 고기 값은 왜 그렇게 비쌀까?

◇어마어마하게 비싼 값

"손님들이 요구해 고래고기를 좀 더 주려면 마치 내 손가락을 빚어 주듯 가슴이 시립니다". 어느 횟집 주인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비싼 물건이라는 것. 그래서 잘 모르고 호기심만 갖고 찾았던 식객들은 그들대로 "이렇게 비싼 것은 이 집 인심이 나빠서 그렇다"고 오해, 발길을 끊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래고기는 원체 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82년에 고래 잡이가 세계적으로 금지됐기 때문. 그런데도 시중에 고기가 나도는 것은 다른 고기를 잡느라 쳤던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은 건져 먹을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근래 고래가 잡히는 곳은 거의가 경북 구간 동해. 작년 경우 경북에선 95마리나 잡힌데 반해 경남 구간에선 5마리, 부산 구간에선 3마리에 불과했다. 잡히는 고래는 밍크·돌고래 두가지. 돌고래는 많이 나가야 100만원 이하이다. 그러나 밍크고래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지난 16일 포항에서 잡힌 길이 7.25m 및 5.1m인 밍크 두 마리는 각각 3천489만원, 2천199만원에 위판됐다. 작년에 경북서 잡힌 고래 95마리 중에선 43마리가 밍크였다.

◇얼마나 비싸나?

경매에 부쳐질 경우, 고래 값은 얼마나 신선하냐가 많이 좌우한다. 그러나 대체로는 꼬리∼입 사이 몸 길이를 재어 계산한다. 최근 거래가는 한 자(尺) 당 150만원선. 지난 16일 3천489만원에 팔린 고래의 몸길이는 22자였다. 한 자 당 150만원으로 계산하면 3천600만원 쯤 된다.

흔히 고래에는 버릴 게 없다고 한다. 때문에 경락된 뒤에는 모든 부위별로 해체·급냉돼 보관된다. 1t짜리 밍크고래를 해체해 나오는 양은 껍질 450~500㎏, 속살 300㎏, 목살 80㎏, 내장 60~70㎏, 꼬리 20㎏ 정도. 도매로 팔려 나가는 kg당 값은 껍질(수육용) 4만3천원, 속살(육회용) 2만7천원, 목살 7만5천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도매시장에서 되팔린 고래 고기를 식당들이 소비자에게 내는 값은 접시 당으로 계산된다. 수육은 300g 한 접시에 3만원, 육회는 300~400g 접시에 2만원, 목살 불고기는 400g 접시당 5만원, 전골은 200g 당 3만원 정도가 식당 가격.

◇잡히는 숫자 늘어 값 하락세

고래고기 전문식당과 도매상은 포항·구룡포·울산 등에 10여 곳 있다. 이들은 고래가 잡히면 지정 중매인을 통해 응찰한다.

비싼데도 고래고기를 찾는 사람들은 흔히 영덕대게를 예로 든다. 한 마리에 10만원이나 주고 게를 사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반면 고래고기 전문 식당 주인들은 "기관지 천식에 좋다는 얘기 때문에 찾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포항 죽도시장, 구룡포항 주변 등에는 고래고기 전문식당들이 많다. 포항 5, 6군데, 구룡포에는 열대여섯 군데나 된다. 이런 곳에선 찌개·전골·수육·육회 등 고래고기의 여러가지 맛을 골고루 볼 수 있다. 특히 구룡포항 주변에는 삼오식당·모모식당 등 10여년 넘게 고래고기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들과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다.

그러나 비싸다는 고래고기도 점차 값이 내려가는 추세. 지금은 자(尺) 당 가격이 150만원 정도이지만, 덜 잡히던 2, 3년 전에는 최고 220만원까지 거래됐었다.

이는 잡히는 고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북 구간 동해에서 올들어 잡힌 고래도 벌써 58마리(밍크 41, 돌고래 17)나 된다. 작년에 잡혔던 숫자의 절반이 건져진 셈. 부산 구간에선 아직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으나 울산 구간에서도 비록 돌고래이긴 하나 작년 일년간 잡혔던 5마리가 올해 이미 다 잡혔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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