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경제난의 여파로 미술품 시장에 고가와 저가 작품만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미술계에서는 중산층 애호가들이 중저가 작품을 구입할 만한 경제적 여력을 잃은데다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더이상 미술품 구입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40대 수집가는 "재력있는 애호가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입하지만, 중산층 애호가들이 몇년새 미술품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지난 7일 봉산문화협회 주최의 '제4회 대구미술품 경매전'과 지난 15일 '제3회 코리아아트 대구미술품 경매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대구미술품경매전에서는 운보 김기창의 '독수리'가 1천600만원에 팔렸을뿐, 낙찰된 11점 대부분은 100만원이하 저가 작품이었다. 이벤트행사로 내놓은 5만원짜리 작품 5점이 순식간에 팔려나가 수집가들의 구매경향을 보여줬다.
정재명 봉산문화협회장(예술마당 솔 대표)은 "좋은 작품을 구하지 못해 판매 작품수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내년에 경매전을 열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아트 경매전에서도 겸재 정선의 '산수화'(2천800만원), 백남준의 '무제'(2천500만원), 권옥연의 '여인'(2천300만원), 이우환의 '조응'(1천600만원) 등 몇개의 고가품들이 경합없이 낙찰된 것을 제외하고는, 50만∼100만원대의 작품이 10여점 이상 팔렸다. 경매회사측은 당초 기대와 달리 김창열, 이강소 등 중간 가격대의 작품이 팔리지 않은데 대해 아쉬워했다.
경매장에서 만난 한 애호가는 "마음에 드는 작품은 너무 비싸 부담스럽고, 중간 가격대 작품은 소장가치를 따져보기 쉽지 않다"면서 "이때문에 가벼운 기분으로 몇십원만대 작품을 고르는 애호가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동환 동원화랑 대표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몇몇 확실한 작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화가들의 경우 그림값의 낙폭이 심해 수집가들이 구매에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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