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주치의-다리의 부종

한쪽 다리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붓는 경우가 있다. 장시간 걷거나 서 있으면 다리가 잘 붓는데 대부분 치료할 필요가 없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그러나 신체내의 혈액 흐름의 장애로 생긴 부종이라면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다리가 붓는 대표적인 질환은 다리의 깊은 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이다. 다리로 내려갔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길인 정맥이 막히게 돼 다리가 붓게 된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붓고 손가락으로 눌러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걷거나 운동을 하면 증상이 심해져 다리가 터질 듯 아프고, 피부에 파란 혈관들이 많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병이 아주 오래되면 종아리 안쪽과 발등이 검게 변하는 착색이 생기며, 헐게 되는 정맥성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전 유럽에서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후 갑자기 사망한 젊은 여성의 사인도 다리 정맥내에서 피가 응고되는 심부정맥 혈전증이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중풍이나 사고 등으로 오랜기간 누워있는 환자들, 혈관 손상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 임산부 등에서 잘 생기며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선천적으로 혈액의 응고가 잘 일어나는 사람들의 경우는 혈액응고 검사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의 예방과 혈전이 퍼져 나가는 것을 막는 항응고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그러나 항응고제가 혈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어서 급성의 합병증은 예방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합병증과 재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수술은 재발이 잘 되고 실패율이 높아서 병이 아주 심한 경우나 특수한 경우에만 한다.

최근에는 정맥에 발생한 혈전을 직접적으로 녹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성공할 경우에는 완전한 혈전 제거로 인해 급성, 만성 합병증을 피할 수 있어서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생기고 2~4주 이내에 병원을 방문해야 성공률이 높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다리가 붓는 이유를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다가 늦게 병원을 찾아 치료의 기회마저 놓친다. 갑자기 다리가 붓는 경우엔 곧바로 병원을 찾아 혈관외과 전문의에게 진료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기혁교수(대구가톨릭대학병원 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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