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작은 정부' 포기했나

현 정권 출범이후 '작은 정부'를 내세워 몸집을 줄여오던 정부가 최근 직제개편과 조직 확대 등으로 200명을 무더기 증원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는 1천917명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마저 갖게 하는 것은 문제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워 국가 공무원을 지난 3년간 2만1천356명이나 구조조정, 사실상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선도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의 행정개입이 늘어나면서 정부조직은 감축되기는커녕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인상이다. YS정권 후반부에는 2부총리(경제.통일) 2원14부5처14청이던 것이 현 정권 출범때는 17부2처16청으로 축소됐지만 지금은 2부총리18부4처16청으로 비대화 됐다. 경제부총리가 부활된 것은 물론 교육부총리제가 신설됐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여성부마저도 신설됐다.

정권의 언론공작 기구란 인식때문에 없어졌던 공보처가 국정홍보처란 이름으로 되살아났나하면 대통령 직속의 중소기업특위는 신설된지 3년이 지났지만 그런 기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이런 터수에 그동안 고용직 등 하위직 공무원만 감축, 껍데기구조조정만 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정부가 이제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200명씩 증원하고도 모자라 2천명 가까운 인력을 증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최근의 정부 처사가 '규제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내세워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주창했던 당초 모습과는 상반되고 있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민간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정부가 이처럼 불요불급한 조직을 비대화시키는 것은 현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집권 말기의 공무원 증원은 정부가 국민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징표가 될수 있음을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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