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방일보가 '피바다' 찬양하다니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지난 3월22일자 9면 '북한의 오늘'난에 북한의 대표적 혁명가극인 '피바다'를 '주체사상 구현 완벽한 명작'이라는 부제까지 크게 달아 소개한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강창성 의원은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피바다 가극단은 가극 형식을 빌려 주체사상과 적화통일 이념을 선전선동하는 단체인데 크게 기사화한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했다.

김동신 국방부장관은 이에 대해 "김일성 부자 우상화에 치중하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국내언론의 보도내용을 게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일보측도 "부제를 달면서 북한 주장임을 표시하는 따옴표 인용부호가 빠진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국방홍보원이 제작하는 이 신문은 일선 장병 등 전 군에 보급된다. 이런 신문이 "혁명가극 '피바다' 1천500회 공연"이라는 제목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부제를 달아 사진과 함께 비중있게 게재하면서 이같이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피바다'기사 게재 파문이 국방일보측의 "실수"로 빚어졌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햇볕정책 이후 해이해진 군 내부의 '안보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주적인 북한'이라고 명시했으나 북한의 비난이 거세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자 올들어 개념 변경을 두고 연구 검토하는 등 명확한 방향 설정에 혼란을 겪고 있는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최근 북.미, 중.미관계 등 급변하는 대외정세로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시점에 군이 확고한 자기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국민은 안심할 수 없다. 최근 송두율 교수의 언론 기고건 등에 대한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답변 등 '안보관련 기관'의 이중적인 자세는 국민의 불안을 사기에 족하다. 정부는 이번 파문과 관련, 철저한 조사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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