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참외밭에 제초제를...

"이럴 수가 있습니까!" 성주군 용암면 동락2리 박문호(45)씨는 하도 기막힌 일을 당해서인지 말끝을 맺지 못했다. '참외'라는 말만 들어도 끓어 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한다고 했다. 담배도 1갑에서 절반은 더 늘었고, 곧잘 술집도 기웃거린다고 했다. 무슨 일을 당했을까?

박씨는 작년 10월 마을 앞 논 1천100평에 참외 비닐하우스 9동을 짓고, 올 1월 초 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런데 웬걸? 모종이 시들시들 죽어갔다. 다시 육묘장 등에서 사 모종을 다시 심었다. 그러나 또다시 누렇게 변하더니 말라 버렸다. 그러기를 7차례.

지칠대로 지친 박씨는, 비록 올해 참외 농사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인은 밝히기로 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경기도 농촌진흥원을 찾아 갔다. 원인을 규명해 주십시요…

최근 도착한 토양검사 결과는 놀라운 얘기를 담고 있었다. 제초제 성분인 '헥사지논'이 대량 검출됐다는 것. 누군가가 그 논에 제초제를 뿌렸다는 얘기이다. 어안이 벙벙할 일. 혹시 내가 원한 살 일을 했었나? 설사 잘못이 있었더라도 이러는 것은 자식을 해코지 하는 것만큼이나 심대한 일 아닌가?

박씨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검사 결과 통보서에 붙은 그 다음 말이었다. "뿌려진 제초제가 아카시아 같은 나무를 죽이는데 쓰는 강독성의 것이어서 앞으로 3년 정도는 참외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종 죽은 원인이 밝혀지면 마음이 홀가분해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답답해졌습니다. 이젠 사람이 무서워 농사를 못짓겠습니다". 박씨는 3년 전에도 같은 마을 3~4 농가가 이런 일을 당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박씨는 또 한걸음 더 나아 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웃들이 모두 마음놓고 농사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는 것이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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