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民主主義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學生들의 雄壯한

記念塔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

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

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大韓民國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

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

-김수영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4. 19 기념시이다. 여기서 그놈이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가리킨다. 민주주의의 첫 기둥이었던 4?9가 일어난지 마흔 한 해가 되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나.

그저께 대우노동자를 진압하는 현장을 찍은 비디오를 보았다. 피가 거꾸로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법과 제도로써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가? 4. 19 날 단 하루만이라도 진지하게 질문해보자.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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