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다. 다양한 과학행사가 열리고 '과학의 날'인 21일에는 기념식과 유공교사 표창 등 즐거운 일도 적잖다. 그러나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과학의 달이 참으로 힘들다.
4월에는 과학 글짓기 대회, 과학 관련 표어.포스터 전시회, 과학 독후감 경진대회,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과학실험 경연대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회가 이어진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실험하고 결과 정리하고, 실험기구들을 직접 제작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다고 수업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이들 대회는 성격이 비슷하다. 내용이 비슷한 행사를 여러 곳에서 열다 보면 대회 권위도 떨어지고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사한 대회는 통폐합해 대회 수를 줄여 줬으면 싶다.
학교측에도 재정이 허락하는 한 과학 과목에 대한 지원을 늘려 주길 부탁 드린다. 실험보조 교사를 배치하고, 실험실을 확충하며, 실험실습 재료비를 제대로 확보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교육 효과는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학생들도 과학 과목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특히 자연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반드시 수학과 과학 과목의 기초를 닦아 놓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이공계 대학생은 고교 때 물리의 기초를 소홀히 해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입시 단과학원에서 물리Ⅱ 과목을 수강하기까지 했다.
수능시험 고득점이라는 눈앞의 현실도 중요하겠지만, 실력을 제대로 쌓기 위해서는 기초 학력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지금 상당수 대학에서 허용하고 있는 계열 교차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수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대학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공계 대학 신입생들 중 수학Ⅱ와 과학 선택과목을 배우지 않은 인문계열 학생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거리이다. 이들이 과연 대학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 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은 인문계열에 응시하고 대학 지원은 자연계열로 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과학 과목을 제대로 배우려는 학생의 수는 점점 더 줄어 들 것이다. 교육부와 대학 당국은 국가발전의 기초가 되는 과학교육의 미래를 생각해 계열 교차지원을 최대한 억제해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석창원(대구 다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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