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 변화와 체제고수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할 처지에 있다. 소위 개혁·개방을 통한 세계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느냐의 '신사고'와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느냐? 하는 것이 지금 북한이 안고 있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다.
북한에서 새로운 21세기에 맞는 '신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신년공동사설을 시작으로 북한의 모든 매체에서 계속 나오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더 한층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폐막된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홍성남 내각총리는 보고에서 "실리가 나지 않는, 뒤떨어진 생산공정들을 대담하게 털어버리고 투자의 효과성이 높고 인민들이 실제 덕을 볼 수 있는 대상부터 최신시설에 기초해 현대적으로 개건해야 한다"며 신기술 도입과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일한 것만큼 보수를 주는 분배원칙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제창한 '신사고'는 사회주의적 원칙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본주의적 방식도 과감하게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북한은 지금 '신사고'바람을 타고 IT산업 육성에 주력하는 등 경제의 세계화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을 강조한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결속을 다짐하는 수성(守城)의 목소리이다.
신년 공동사설은 물론 방송까지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은 우리의 무적필승의 무기"라고 호소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일심단결의 핵심은 '수령결사옹위정신'이다.
또 하나 강조되고 있는 체제수성의 화두는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라는 개념이다. 수령과 인민대중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명령과 복종의 관계만이 아니라 충성으로 뭉쳐진 혁명적 의리로 묶여져 있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체감은 북한 주민들이 보이는 집단적인 눈물이나 궐기모임과 충성결의모임 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고, 이는 곧 체제결속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사회에서 김 위원장의 '신사고'바람이 세차게 불고는 있지만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을 흔드는 변화까지는 절대 허용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북 당국이 '선군(先軍)정치'를 계속 강조하는 것과 김 위원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군부대를 방문, 격려하는 것은 군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체제위협요소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개혁·개방의 실험장이 될 북한의 경제특구에서는 물질적 자극에 의해 필연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억제된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곧 '개인적'인 것은 최대한 참아야만 하는 일심단결 정신에 적지않은 영양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한 관계자는 "북한은 전체적으로 현 체제와 이념의 고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점진적·단계적·제한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향후 남북관계도 경협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