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도로망이 급격히 발달한 뒤 경북지역의 생활권이 바뀌고 있다. 종전에 좋던 곳이 인기를 잃는 대신 구석졌던 곳이 신데렐라 처럼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10년간 도로 1천400km 변화 = 1990년 이후 완공.확장(4차로)된 도내 주요 도로는 무려 1천400여km에 달한다. 건설에 2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 것. 시.군이 독자적으로 개설한 도로까지 포함하면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대구~풍기(123km) 사이의 중앙고속국도, 구안국도(대구~안동 81.4km) 등 일반국도 5개선, 지방도(경북도 책임) 37개선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렇게 되면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칸막이 역할을 해 오던 산과 강 등의 장벽이 무너졌다. 그 결과 새롭게 '통합'되는 지역 단위가 훨씬 넓어지고 있다. 이것이 좀 더 진척되면 시-군 단위의 현재 구분에 의미가 없어져, 장차 몇개 시군이 하나로 묶여 '통합시'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행정적 변화까지 오고, 행정 비용의 절감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부상하는 지역들 = 과거 중요했던 거점 도시들의 역할이 도로망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도시에선 경제까지 부침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민들이 지목하는 최고 급부상 도시는 안동. 대구~춘천 사이의 중앙고속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훨씬 높아진데다, 구안국도, 안동~예천~문경 구간 국도 등의 4차로 확장 덕분에 명실공히 북부지역 최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새 도로망을 따라 시 외곽지이던 용상.송현.정상 등 지역이 부도심으로 발돋움해 가고 있으며, 예천.영주의 직장인들이 주거지로 안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청의 반병목 행정국장은 "인근 시군지역 주민들이 안동시내 식당으로 와 점심 식사를 할 정도가 됐다"며, "봉화.청송.영양 등 동북부 쪽으로 도로망이 더 연결되면 안동이 확고한 북부 거점도시로 역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천도 도로 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소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던 예천은 예천~안동, 예천~점촌 사이 도로가 4차로로 확장되고, 중앙고속도가 예천을 거쳐 가게 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상주.문경.안동.영주 등 주요 도시와 20~40분 거리로 좁혀진 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
◇직장인들의 달라진 임지 선호도 = 이러한 분위기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경북 전역을 오가야 하는 교사들. 예천은 교통이 불편할 당시엔 대표적 기피지였다. 그러나 최근 1, 2년 사이에는 오히려 선호지역이 됐다. 예천교육청 정희융 학무과장은 "지난번 교원 정기 인사 때 많은 교사들이 예천 근무를 희망했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아 탈락했다"고 전했다.
이 점에서는 의성도 "뜨는 지역"이다. 전에는 경북에서도 최하위인 4급지였다. 그러나 중앙고속도 개통, 구안국도 확장 등 이후엔 크게 달라졌다. 현재 의성지역 근무 유치원.초.중.고 교사 698명 중 70% 이상이 대구.안동에서 출.퇴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역 안에서도 명암 엇갈려 = 그러나 상주는 상대적으로 도로망 연결에 뒤져 선호도가 떨어졌다. 경부.중앙 등 고속도가 모두 다 피해 가는데다, 연결 국도들도 역할이 시원찮기 때문.
청송은 1994년 진보 우회도로 개통으로 손해를 보는 듯하다. 안동에서 영덕.영양.청송으로 운행하던 하루 6천여대의 차들이 진보를 우회해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 식료품 가게를 하는 진보면 김대현(42.진안리)씨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들러 식료품을 구입해 갔었으나 우회도로 개통 이후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청송읍과 부남.안덕면은 각 지역 안에서 조차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설될 우회도로를 중심으로 땅값이 크게 오른 반면, 기전 도로변 땅값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 청송읍 윤보영(40.월막리)씨는 "우회도로 개설 전엔 5천원에도 못미치던 산비탈 밭이 지금은 6만~10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백두대간 중 낙동정맥에 해당하는 영양.청송 지역은 아직 변화가 적은 쪽이다. 영양도 길은 좋아졌지만 큰 도시인 안동.영주.영천.포항 등과 60~90분 거리에 있어 발전에 이르기에는 힘이 달리는 상황.
조성배 경북도청 도로과장은 "도로망 발달에 따라 경북 북부지역의 판도 변화가 확연하다"며, "중앙고속도 개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안동.의성.영주는 모든 면에서 각 지역 중심 도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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