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이밭 초토화...또 재난인가

울진 원남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기성면 삼산리와 현종산 등으로 번지면서 송이 채취 농가와 방송 중계탑 등으로 번져 중계탑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사람들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긴급 대피=기성면 삼산리 8가구 12명이 19일 오후 3시 이후 면 복지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으나, 20일 새벽 5시30분쯤 귀가했다.

또 황광준(31)씨 등 방송 중계소 직원 2명, 015 시티폰 컨테이너 철거작업 현장의 이선홍(33)씨 등 주민 6명이 고립됐다가 19일 오후 3시쯤 빠져 나왔다. 고립됐던 조환(32)씨는 "원남면 갈면리 쪽에서 연기가 보였지만 설마 여기까지 오겠나 싶어 작업을 계속하다 순식간에 불이 눈 앞까지 닥쳐 짙은 연기 때문에 공포에 질렸었다"고 했다.

불은 바람을 타고 계속 동남쪽으로 번져 19일 오후 1시쯤 경찰 무전망과 각 TV 방송사, 이동 통신 등의 중계탑이 있는 한국통신 현종산(해발 417m) 중계소 앞 100여m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이 비상 경계선을 쳤지만 20일 새벽 2시쯤 불은 중계소 50여m 거리까지 닥쳐 한전이 전력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이때문에 울진 북부지역 주민들이 3시간 가량 TV를 보지 못했다. 진화대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으면 큰 피해를 낼뻔 했다.

◇할아버지의 애환="우리 마을은 안전하나?" 19일 오후 3시쯤 경찰의 대피령에 따라 임시 대피소(면 복지회관)로 피신한 최대기(78) 할아버지는 오가는 면직원 및 경찰관들을 붙잡고 마을이 어떤지 애타게 묻고 있었다. 불길이 마을 앞 50여m까지 접근했을 때 경찰 손에 이끌려 몸만 겨우 빠져 나왔기 때문.

"3년 전 장에서 사 지금껏 친구처럼 지내 온 바둑이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이럴 줄 알았더니 목줄이라도 풀어놓고 왔어야 했는데…". 할아버지는 안절부절 못했다.

◇송이산 피해=기성면 삼산리 일대는 군내에서 알아주는 송이밭. 그러나 이번 산불로 당장 올가을 송이 채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송이는 30~60년 이상 된 소나무에만 붙어 나기 때문.

주민 황인호씨는 "초토화된 임야의 상당수가 송이밭"이라며, "산불이 나면 지표 온도가 370℃까지 올라 가 땅 속 버섯 포자까지 태워 죽인다"고 했다. 채취농 최순백(34)씨는 "삼산리에서 송이는 벼 농사를 능가하는 소득원"이라며, 앞으로 30년은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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