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치 수정발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의 절반수준인 4.3%로 잡고 물가, 수출 등 거시지표를 대폭 손질했다. 특히 미국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성장률은 3%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그동안 권력주변에서 간헐적으로 나온 '낙관론'을 일축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여전히 "투자 및 소비심리 개선 움직임으로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엇갈린 전망을 내놓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기처방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 앞으로 당국의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KDI의 이번 발표는 현실인식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먼저 한국경제의 암울한 미래와 함께 규모의 '왜소화'를 암시하고 있다. 수출만이 살 길인데도 올해 수출증가율은 6.6%로 예상돼 지난해 21.6%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수입증가율은 4.4%에 불과, 지난해 20.0%의 4분의 1에도 못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자칫 세계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추락할 위험마저 있다.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 134억달러도 수출과 수입이 완전히 쪼그라든 상태의 '우울한 흑자' 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우리 경제가 너무 해외의존적이라는 점이다. 미국경제의 연착륙 여부, 일본경제의 변동, 국제금융시장이 우리 경제를 거의 좌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당국도 '내 탓'은 없고 모두가 '네 탓' 투성이다. 지난 80년대와 90년초의 호황은 해외여건 호조의 영향이 컸다. 이런 호조를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했으니 해외여건이 나빠지면 위기가 닥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제2의 위기'를 우려하는 것도 남의 잔치에 끌려 다니는 우리경제의 체질 때문이다. 당국은 해외변수도 중요하지만 우리경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내생적 요인을 키워나가야한다. 일관된 구조개혁은 여전히 우리경제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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