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쟁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그 중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은 경제 분쟁이다. 세계적으로 퍼져가는 육류 수출 금지, 미국의 교토기후협약 탈퇴, 한국과 중국과의 마늘 싸움 등은 모두 국가간 경제 문제와 관련된 시비들이다. 이러한 분쟁 속에서 경제라는 바위에 눌릴 인간의 존엄성이 염려된다. 그리고 경제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인정이 분쟁의 와중에도 찬란히 만개하기를 소망하게 하는 시점이다.
전쟁 속의 감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쉰들러 리스트'를 떠올릴 것이다. 당시 내용의 진실성이나 감독의 의도 등에 대한 비평에도 불구하고 명작은 명작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쉰들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양은그릇을 만드는 공장의 주인이었다. 그는 이윤의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로비를 통해 유대인 포로들을 거의 무보수로 데려다 쓰게 된다. 그리고 돈을 버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후 독일군의 만행을 보며 그의 마음은 서서히 변해갔고 종전 직전 자신이 고용한 자들이 집단 사살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 당 얼마씩 쳐서 그들을 사기 시작한다. 이때 내세운 명분은 포탄을 제조하는 공장을 만들어 그곳의 작업자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은그릇을 만들던 사람들이 포탄을 제대로 만들리 없었고 계속 불량품을 만들어 납품이 되질 않자 드디어 파산하기에 이르고 만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사람들은 이윤극대화를 달성한 쉰들러가 아닌 파산한 쉰들러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것은 인간은 돈만을 위해 살지는 않는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나나 내 이웃이나, 심지어는 내 경쟁자들도 다 안다는 사실을 밝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유명한 경영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그 중 최상의 욕구를 자아실현 욕구, 즉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꼽고 있다. 물론 그의 이론은 후대의 학자들에 의해 다소 수정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먹고, 관계를 누리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 자신의 태어난 목적이 달성되어진다고 하는 것을 더 높이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점이다. 그리고 자아실현은 재화의 획득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의 욕구를 섬세하게 충족시켜 나가다 보면 고객은 더욱 행복해지고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달성하여 결국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신화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약자는 그 행복의 대열에서 열외라는 주장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시장의 논리는 배고픈 약자에게는 주홍글씨로 경쟁 게임의 낙오자라고 명명한 후 '그에 합당한' 희생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선 단체들이 빈곤자를 돕는 것은 그 자체가 고귀함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일부 사회 운동가들의 주장대로 누구 누구를 처단하여 되는 것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선 단체든 사회 운동가이든, 그리고 강자이든 약자이든 무론하고 소비나 축재와 관련된 인간의 욕구가 실제로는 별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합의 없이는 경제 분쟁의 궁극적 해결책은 없다. 경기부양책과 긴축 정책 사이의 끝없는 줄다리기 싸움, 과소비에 대한 질책과 소비 심리의 회복을 외치는 자들의 신경전, 그리고 자국 기업의 확대재생산 보장을 위한 국가간 마찰이 있을 뿐이다.
우리 곳곳에는 쉰들러처럼 약자를 무시하지 않고 의미 있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 세상은 좀 더 많이 돈을 벌려면 악착같아 보이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조금만 힘을 빼고 필요와 욕구를 분간하기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하게 일할 것들이 여기 저기에 널려있는 보물섬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땅에서 보물을 캐낼 더 많은 한국판 쉰들러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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