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축구의 힘 남미 기술 압도

제12회 대회는 82년 스페인에서 열렸다.월드컵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FIFA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문호 개방 압력에 굴복, 참가국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8개국 늘였다. 아시아·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북중미의 출전 티켓은 1장에서 2장이 됐다. 경기 방식은 더욱 복잡하게 변했다. 6개조로 나눠 1차리그를 벌이고 상위 두팀씩 12개국이 2차리그를 갖는 방식이었다. 2차리그는 4개조로 경기를 갖고 1위를 차지한 팀들이 준결승전에 올랐다.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는 뉴질랜드와 쿠웨이트가 본선에 나갔으나 모두 1차리그에서 탈락했고 아프리카의 카메룬은 1차리그에서 3무, 알제리는 1승을 올리며 선전했으나 2차리그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남미의 부진도 두드러졌다. 12개국이 진출한 2차리그에서 남미팀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뿐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같은 조에 포함된 이탈리아에 2대3, 1대2로 각각 무너져 도중하차했다.

4강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서독과 폴란드 등 유럽 일색으로 압축됐다. '힘'의 유럽축구가 '기술'의 남미축구를 압도한 셈이다.

이탈리아는 1차리그에서 카메룬과 같이 3무를 기록, 탈락할 위기까지 몰렸으나 골 득실차에서 앞서 간신히 2차리그에 올랐다.

이같은 불안한 출발은 이탈리아에 약이 됐다. 이탈리아는 2차리그에서 승승장구한 후 준결승전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일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서독은 프랑스를 맞아 전후반을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접전 끝에 5대4로 승리, 결승에 합류했다.

마지막 승부에서 이탈리아는 파울로 로시를 앞세워 2, 3회 대회 우승 후 44년만에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베아르조트 감독의 작전으로 전반 내내 수비수 역할을 했던 로시는 후반 초반 자신의 포지션인 공격수로 돌변, 다이빙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이후 기세가 오른 이탈리아는 두골을 추가했고 서독은 브라이트너가 한골을 만회, 승부는 3대1로 끝났다. 로시는 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주녕(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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