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유증만 남긴 조합장 선거

지난 2일 오전 7시30분 영천 북안농협. 김일홍(58) 신임 농협장은 조합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쫓기듯 취임식을 가졌다. 으레 해 오던 취임 선서도 생략되고 축하객도 없었다. 지난 2월20일 있었던 농협장 선거 후유증 때문.

북안농협장 선거전은 당시 현직 농협장 김만식(58)씨에게 김일홍씨가 도전해 불붙었다. 두 사람은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 초교 동기생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맞붙자 문제가 달라져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선거는 양측 식구들 및 씨족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여기다 갈등은 면내 유지들의 대리전으로 전개돼 결국엔 자존심을 건 감정싸움으로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 특별히 구애될 일 없는 할머니들까지 이 문제로 싸움을 벌이느라 조모(68.당2리)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다투다 한쪽 눈을 실명 당하기까지 했다.

김만식씨가 선거일 하루 전 자진 사퇴함으로써 큰 고비는 넘기는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엔 조합원 354명이 연대 서명해 농림부에 선거 무효화 결정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농협 선관위도 지난달 30일 당선자를 호별 방문 및 불법 인쇄물 유포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제 누군가가 경찰 신세를 져야 하게 된 판국.

내년 1, 2월에는 경북 전역에서 농협장 선거가 대거 치러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곳곳이 시끄러워 뒷날을 우려케 하고 있다. 북안농협 허백(59.임포리) 조합원은 "농협장 선거가 조합원들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고 지역 화합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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