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두께가 겹겹이 쌓인 역사의 미로 속으로 과학의 손길이 다가가 속속 비밀을 풀고 있다. 최근 과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유전자 분석과 원격 탐사측정 등의 기법을 이용해 북미 대륙의 원주민, 이집트 문명과 사막과의 관계, 폼페이를 사라지게 한 베수비오 화산의 위력에 대한 비밀스런 흔적을 찾아내고 있다. 선사시대와 고대의 신비가 과학의 힘에 의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미국 보스톤대학의 고고학자 엘 바즈는 인공위성 사진과 레이더 등으로 지형을 관측하는 원격측정 기법을 응용, "이집트 문명의 형성에 사막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막지역은 5천년전까지 습기와 건기가 되풀이되는 사바나 지역으로 이 곳 주민들은 나일강 유역민들과는 격리된 채 살았다. 그러나 5천년전 극적인 기후변화로 사막지역 주민들이 나일강 유역으로 모여들었고 이들이 나일강 원주민들과 함께 화려한 이집트문명을 꽃피웠다는 것이다.
나일강 원주민들은 농경에 관련된 수리관개 기술을 발전시켰고 합류한 사막주민들은 밤에 더위를 피하는 생활의 지혜를 바탕으로 천문학의 발전을 이룩했다. 또 이들은 사막 지형을 형상화한 '피라미드'와 사막 곳곳에 있는 바위 덩어리를 본딴 '스핑크스'를 축조, 평안을 간구하는 한편 사막의 바람을 막는 '도구'로 활용했다. 바즈의 주장대로라면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한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문명의 반쪽 밖에 보지 못한 셈이다.
◇베수비오화산 폭발=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은 폼페이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해 번영을 구가하던 로마를 비탄에 빠뜨렸다. 1천여년의 시간이 흘러 지난 99년과 지난해 폼페이 유적이 잇따라 발견됐다. 발굴된 유적중 최근 다시 발견된 헤르큘레니움 주민들의 주검은 당시 베수비오화산 폭발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폼페이 인근에 있었던 헤르큘레니움 역시 화산 폭발로 사라진 도시. 이 곳에서 발굴된 80여구의 주검은 이들이 별다른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몸부림친 흔적없이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주검은 불에 타 고통스럽게 죽은 것이 아니라 화산폭발로 내뿜는 열기와 재에 의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추측케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의 고고학자 알베르토 인코르나토 교수는 미이라처럼 굳어버린 시체와 치아의 균열, 변색된 뼈를 근거로 "당시 헤르큘레니움 주민들은 베수비오 화산이 내뿜은 500℃의 열기로 인해 고통이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죽었다"고 밝혔다.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위력이 이처럼 핵폭탄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나자 현재 이 화산의 영향권내에 살고있는 200만명의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있다.
◇진짜 아메리카 원주민=1만2천년~1만3천년 전 베링해를 건넌 북동아시아 사람들이 북미대륙의 원주민인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오래전인 2만~3만년전 북미대륙에 도착한 종족이 원주민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전공학자 마이클 브라운은 고고학자들이 북미대륙에서 발굴한 유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의 97%가 2만~3만년전 네 갈래의 아시아계 사람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3%는 동유럽과 중동 아시아인의 유전자로 보고 있다.
아시아계 유전자의 분포도를 보면 당시 이주민들이 베링해를 건너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직선 남하,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 반면 동유럽계 유전자의 분포도는 서부 캐나다에서 미국의 평야지대를 거쳐 5대호와 뉴욕으로 이어져 있다. 즉 북미대륙의 원주민들은 이들 동유럽계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다.
놀라운 점은 현재의 세인트루이스시와 미주리주 근처에 1만여명이 살던 고대 도시의 흔적. 멕시코의 마야 문명과 비슷한 이 '카호키아' 유적지는 원주민들이 이 지역에 정착해 발달된 문명을 이뤘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발굴과 연구결과가 주목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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