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마비 앓은 김선규 교수의 장애극복기

"장애인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을 지키는 정책을 제시해야합니다".김선규(45·대구미래대 재활공학과)교수는 장애인 인권보장 수준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살면서 사회에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함께 교육시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씻어주려는 노력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죠. 하지만 우리는 무조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떼내려고 해요".

대학시절부터 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온 김 교수는 장애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나마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조차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장애인들이 이젠 고등교육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박사학위까지 받고 있다는 것.

"불과 몇년전까지 장애인들은 알콜중독자나 정신병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았어요. 과거 의료법은 장애인들을 알콜중독자 등과 동격으로 분류해 국가고시 응시자격을 주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일이죠. 하지만 이같은 '악덕규정'도 스스로 바뀐 것은 없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가면서 노력한 결과죠".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얻은 김 교수는 대학시절동안 공부보다는 시위를 더 많이 했다. 장애인의 법관임용 허용을 위해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의대와 약대 등 장애인 입학을 불허했던 대학에 맞서 법개정운동을 벌였다.

"불편한 다리로 피켓을 들고 시위현장에 나서 전경들한테 밟히고 맞을 때는 죽고 싶은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만둘 순 없었죠. 미약한 힘이었지만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김 교수는 장애인들이 차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스스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 노력을 쏟아야한다는 것.

"학창시절 체육시간이면 으레 저는 교실 지킴이였죠. 공을 차고 싶어도 차지 못하는데 교실의 도난사건만 나면 모두 저한테 덮어씌웠어요. 제가 겪었던 차별과 멸시가 오늘도 크게 바뀌었다고는 보기 힘들겁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뇌성마비 아동의 학습능력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IT분야쪽에 수요가 많은 만큼 장애인들도 컴퓨터 관련 학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중증 장애인도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겁니다. 이미 서울에서는 애니메이션 등 일부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장애'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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