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찾은 피아니스트 백혜선

"제 고향 대구 공연은 항상 설레입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대구팬들에게 멋진 음악을 선사하겠습니다"

화려한 테크닉과 폭발적인 파워를 겸비한 한국 피아니스트의 대표주자 백혜선(서울대 교수)씨는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독주회를 앞두고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NHK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완전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룬 뒤 지난 4일 귀국, 이번 공연에 대비 만삭(임신 7개월)에도 불구하고 하루 7~8시간 연습을 해 왔다. 이번 국내 주요도시 순회독주회는 지난 17일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순천, 예술의 전당, 울산을 거쳐 27일 대구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백교수가 이번 독주회에서 들려줄 곡은 고대와 현대를 잇는 불멸의 작곡가 베토벤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 변주곡'과 중세의 기사 같은 존재로 피아노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베토벤곡은 연주시간이 50분으로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대작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을 선사한다. 베토벤이 죽기전에 만든 가장 대표적인 피아노곡으로 중후함이 특징이다. 반면 리스트곡은 파가니니가 바이올린 기교를 선보이기 위해 작곡한 24곡 가운데 리스트가 6곡을 발췌, 피아노 기교를 과시하는 작품으로 변환시킨 것. 연주자에게는 고통을 주지만 청중들에게는 기교를 마음껏 감상 할 수 있는 더 할 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고 곡해석이 대조되는 두 곡을 선택한데 대해 백교수는 "출산 예정일이 6월말 입니다. 출산 후에는 6개월에서 1년정도 연주를 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대구를 끝으로 올해 연주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아 무리해서 어려운 곡을 선택했습니다"고 밝혔다. 임신 후 소리가 더욱 중후해지고 음색이 깊어졌다는 평까지 듣고 있어 이번 공연이 피아니즘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항상 최정상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아온 백교수도 30년 연주 인생 전환기를 앞두고는 후회스러운 점이 많다고 말한다. 백교수는 "음악은 언어다. 자연스럽게 의미 전달을 다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음악 이외의 많은 지식을 가져야 음악의 표현력이 높아지는데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해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고 술회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분야로서는 "청중과 음악인 모두 현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대 음악의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한국 음악 발전을 위해 한국 작곡가의 곡도 많이 연주하겠다. 베토벤은 연주자에게 항상 만족감을 준다.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모두 연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육에 반발, 서울대 교수직을 박차고 1년간 외도까지 한 백교수는 음악교육의 문제점을 하나만 꼽으라는 질문에 "음악은 본인이 원해서 해도 어려운데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하는 학생이 드물다. 학교에서도 목적의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또 지난 2년간 재즈, 국악 등 다른 분야와의 접목을 많이 시도한 점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크로스 오버 음악을 했지만 다른 분야의 전공자와 같은 수준에 올라 있지 않을 경우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좀 더 멋진 연주를 선사하기 위해 피아노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10월 독주회 이후 1년 6개월만에 다시 대구를 찾은 백교수는 "대구는 음악적 소양의 토대가 된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저를 아끼는 사람이 많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주하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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