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중2생 상위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른바 심화학습 교실. 대구시내 3만5천여명의 중2생을 걸러 지난달 183명을 선발한 결과 동부교육청 111명, 서부 27명, 남부 45명의 분포를 보였다. 대상자의 3분의 2가 동부교육청에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동부교육청 관할 수성구·중구·동구 등 3개 구 가운데서도 91%가 수성구 중학교에서 쏟아졌다.
대구시내 각 구·군간 학력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는 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간 생활환경의 차이로 이어지며 '서울의 강남-강북'처럼 심각한 불균형 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 ㅂ(19)군은 지난 98년 자신이 살고 있는 수성구내 고교가 아닌 동구 ㅇ고교에 배정받자 경북으로 이사를 감행, 6개월 뒤 수성구내 원하는 고교로 전학하는 방법을 썼다.
수성구의 모 여중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9~10월 무렵 전학오는 학생이 꽤 있다. 다른 구에서 이사오는 3학년들이 대부분이다. 이 기간에 전학이 몰리는 이유는 일반계 고등학교 원서작성 기준일이 이 때인데다 이 시기 이후에는 전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초등학교나 그 이전에 수성구로 이사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위장전입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생때 부터 친지의 주소에 위장 전입시켜놓거나 자녀를 수성구내 사무실 주소로 옮겨놓는 식은 이미 '보편화'한 수법들이다. 주소 이전후 동사무소 직원의 현장확인도 별 성과가 없다.
이로 인해 지역간 심한 인구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수성구의 인구는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이 멈추면서 46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94년부터 97년까지는 해마다 1만명 이상이 늘었다. 신흥 아파트촌으로 떠오른 달서구는 98년 55만명에서 99년 57만명, 지난해 59만명으로 해마다 3, 4%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중구와 남구, 서구는 해마다 2~3%씩 빠져나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9만2천명, 19만명, 28만명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인구이동 집계결과'에서도 달서구의 경우 전국에서 전출보다 전입이 많은 자치단체 8위에 올랐고 서구는 반대로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자치구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 지역 건설업체가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지역 선호도 조사에서도 수성구가 56.7%로 단연 1순위로 꼽혔고 동구.북구.서구는 5%에도 못미쳤다.
선호도 차이는 결국 집값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구에서 수성구로 이사온 이모(42)씨는 같은 49평형의 아파트 전세를 얻는데 1천만원을 더 줘야 했다.
이씨는 "그나마 운이 좋아 집을 구할 수 있었다"며 "새로 이사온 아파트가 5년이나 더 낡아 불편하지만 자녀 교육과 생활환경 편리성을 위한 투자라는 아내의 말에 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9년과 2000년에 북구와 달서구에 입주한 같은 건설업체의 33평형 아파트는 분양가(중간층 기준)가 각각 1억1천500만원, 1억1천900만원으로 400만원 차이가 났으나 현재 시세는 1억1천700만원과 1억2천300만원으로 600만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신규 분양 아파트도 북구(2천300가구), 수성구(2천가구), 달서구(6천가구)에만 몰린 반면 남구, 서구에는 최근 5년 동안 새로 들어선 아파트가 아예 없거나 2곳밖에 없다. 81평형 이상 고급 아파트도 수성구, 달서구는 각각 119가구, 76가구에 이르지만 중.남.서구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주택회사 영업팀 관계자는 "아파트 수요자들이 교육.생활여건 등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분양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보급률도 구별로 20%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달서구, 수성구의 경우 90%, 84%였으나 남구와 서구, 동구는 72.8%, 69.1%, 76.8%에 그쳐 대구 평균 82.2%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지역에 따라 너무 차이가 나고 있다. 자치구별 근린공원 및 어린이공원 수는 중구 8개, 남구 18개, 서구 21개인 반면 수성구 76개, 달서구 148개에 이르러 구별로 엄청난 격차가 나고 있다. 대구종합경기장, 어린이회관, 문화예술회관, 대구박물관 등 대형 문화체육시설도 대부분 수성구, 달서구, 북구에 쏠려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유통.금융 등 생활편의시설 이용실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은행의 총 수신고 상위 10개 점포는 달서구가 3곳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수성구, 서구가 2개인 반면 남구는 하나도 없다. 시내 ㄷ백화점이 관리하고 있는 우수고객 3천명의 주거지역도 수성구 31.3% 달서구 17.6%인데 비해 가장 적은 서구는 달서구의 1/6수준인 4.7%에 그쳤다. ㄷ백화점이 지난 97년 북구 칠곡에 백화점을 냈다 상권분석에 실패, 1년만에 할인점으로 바꾼 것도 지역간 경제력 차이를 드러내는 한 사례로 유통업계는 꼽고 있다.
이상헌기자 lsh@davai@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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