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한국 유학 일본 아가씨 테즈카 가즈요씨

테즈카 카즈요(手塚和世·25)씨.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이 소녀같은 일본 아가씨이다. 오사카(大阪) 모모야마(桃山)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뒤 올해 3월 계명대 대학원 일어교육학과에 진학했다. 한국말이 꽤 능숙하고 마라톤에도 재능이 있다. 지난 해 경주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42.195㎞를 3시간 40분만에 완주, 일반부 3위를 했을 정도다.

카즈요씨는 3년 전, 교환학생으로 대구에 와 있던 친구를 만나러 왔다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자신도 지난 해 교환학생으로 10개월간 한국에 머문 적이 있다.

"이웃나라라 관심은 있었지만 한국을, 한국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요. 모모야마대학에도 한국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대하기가 어려웠고요. 모두 과거사 때문이겠지요. 한국을 알고 싶었고, 한국인에게 말을 걸고 싶었어요". 그녀가 한국 유학을 택한 이유였다.

"한국행이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일본인에 대해 나쁜 감정이 많은 나라로 들었거든요. 부모님들도 못마땅해 했어요. 솔직히 일본에선 아직도 한국인 차별이 좀 남아 있어요". 그런 그녀가 이제는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원룸으로 옮기고 싶어한다. 그만큼 한국이 편해졌다. "물론 부모님 몰래 나와야죠. 아시면 난리나요" .

"알고보니 한국인들 참 다정다감해요". 카즈요씨는 자기도 일본인이지만 일본인들은 친절할 뿐 친근하지는 않다고 했다. 허리 숙여 공손히 인사하지만 그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향해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줄줄 안다고 했다.

일제가 한국을 얼마 동안 점령했는지 아느냐는 말에 카즈요씨는 '30년?' 이라고 했다가, 틀렸음을 눈치채고 금세 '50년?'으로 바꾸었다.

"사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을 거의 몰라요. 예전에 싸웠다는 것, 점령했었다는 것은 알지만 한국 학생들의 일본에 대한 지식에 비할 수는 없어요". 실제로 세계에서 일본어를 가장 많이 배우는 나라가 한국(전세계 일본어 학습자의 45%: 일본 국제 문화포럼 조사)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한국어 공부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전체 고등학생의 0.09%만 한국어를 배운다. 그것도 '가나다라…' 맛보기일 뿐이다카즈요씨의 '한국에 말 걸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친구도 많이 생겼고 공부도, 생활도 안정됐다. 그러나 그녀에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낙관적이고 용감한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일단 벌이고 보자는 식이죠. 일본 사람들은 요리조리 재고 또 잰 후에야 일을 시작하거든요". 한국 친구들도 '오늘 만나자, 당장 만나자'는 식이어서 황당할 때가 적지않다고 했다.카즈요씨는 학업이 끝나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면 교사가 될 작정이다. 한국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대로 가르치고 싶다. 이웃이면서도 일본인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들이 일본 여자를 좋아한대서 기뻤는데 알고 보니 기뻐할 일이 아니더군요. 일본 여자가 개방적이라서 좋다나요. 기가 막혀!" 그녀는 한국 남성들에게 일본여성을 삐딱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애교있게 당부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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