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내년 예산의 '善心性'을 경계한다

정부 각 부처가 대선(大選)을 의식, 내년도 국가예산을 선심성 예산으로 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주요 요구사업중 상당수가 대선을 겨냥, 농어민이나 수재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선심성 사업이거나 특정지역의 개발사업 등 '대선 표 몰이'용 예산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나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제출된 예산안의 곳곳에서 선심성 사업으로 볼만한 흔적을 발견하고 당혹감을 갖게 된다.

행정자치부가 건교부의 상습지개선사업과 중복되는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에 금년 예산 500억원보다 4배나 늘어난 2천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좋게보아도 선거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민원해결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실시(사업비 2천713억원)를 2년이나 앞당겨 내년부터 실시키로 한 것 또한 대선용 선심 사업으로 지적받을 만 하다. 더구나 행자부가 제주 4·3사건 위령사업에 500억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거창, 산청·함양사건의 합동 묘역 예산이 175억원이었음에 비춰 볼때 형평성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는 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해 타당성이 검증된 사업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 요구사업중에는 관광숙박단지 조성지원, 남해안 관광벨트개발, 도서(島嶼)종합개발, 전라선전철화 등 사업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과 민간단체 지원, 정부 홍보성사업 등이 포함된 점 등 아무래도 선심성 사업이 많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듯 하다. 지금까지 집권 여당은 선심 예산을 바탕으로 한 공약사업을 내세워 대선과 총선을 치러왔다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선심성 예산이야말로 타락선거의 주범이자 정치발전의 제일 큰 장애 요인이었던 것이다. 집권초기부터 정치개혁을 지상의 과제로 내세운 현 정권이 스스로 공정성이 결여된 선심예산으로 다시 한번 개혁 정치를 후퇴 시켜서야 되겠는가. 우선 순위에 입각한 공정한 예산 편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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