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돈세탁방지법'에 합의했으나 정치자금 조사를 선관위에 맡기기로 한 것은 개혁입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실망스럽다. 여야9인소위가 23일 금융정보분석원(FIU) 조직범죄 및 마약자금은 검찰에 통보하고 세무관련 자금은 국세청에 통보토록 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이 '선관위'가 정치자금을 조사할 경우 해당정치인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도록 규정한 것이 문제다.
정치자금 관련자를 수사능력이 전혀 없는 선관위에 통보하는 것은 정치자금 관련 정치인에게 수사사실을 사전에 통보함으로써증거인멸 등 수사에 대처할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돈세탁방지법을 무력화 시키는 사안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그동안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정치자금 관련수사는 사전통보 불가를 주장해 왔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통보를 주장해 왔다. 국제규약은 또한 사전에 대한 통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터수에 한나라당이 이번에 정치자금 관련자 선관위에 통보토록 하자고 제안,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여야가 정치자금 앞에얼마나 무력한가를 드러내는 증좌로 보아 틀림 없다. 요컨대 여야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독립시키지 않고 재경부 산하에 두고 정치자금에 대한 연결계좌 추적권을 주지않은채 수사권도 없고 계좌추적권도 없는 선관위에 통보토록한 것은 돈세탁방지법을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전락시키고 여전히 금권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이기주의의 소산이라 비난받을만 하다.
지금 우리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으며 몸부림 치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이 마당에 "정치가 깨어나야 나라가 살아난다"는 전국민의 기대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여야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때문에 마지못해 정치개혁의 핵심인 자금세탁방지법에 합의 하면서도 정치자금 당사자 통보로 사실상 입법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꾸짖어 마땅하다. 여야는 이제 금권선거로는 더이상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없는 때가 됐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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