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2)씨는 지난해 남편을 졸라 북구에서 수성구로 이사했다. 북구에 직장이 있는데다 이사비용을 걱정하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지만 5살 난 아들이 집 앞 골목길에서 오토바이에 치였을 때 종합병원을 못찾아 1시간 가까이나 헤맸던 일이 가슴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
김씨는 "아이들이 잔병치레가 많은데도 가까이에 병원이 흔치않은데다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약국도 별로 없어 교육 등 장래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생활환경이 나은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다보니 의료.복지 등 공공 인프라에서도 지역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병.의원.한의원 등 대구시내 전체 의료기관 2천364곳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달서구와 수성구에 483개, 407개가 집중돼 있다. 반면 남구, 서구, 동구에는 각각 183개, 257개, 278개밖에 없다.
특히 종합병원은 달서구와 중구에 4개, 3개가 있는 반면 북구에는 하나도 없으며 치과 병.의원 수도 남구, 서구는 49개, 61개에 그쳐 수성구 120개, 달서구 134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성형외과의 경우 도심인 중구(25개)를 제외하면 수성구에만 3개가 있어 치료를 받기 위해선 다른 구까지 가야하는 실정이다.
특정지역에 대한 인구집중으로 행정서비스도 구별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시의 평균 경찰 1인당 담당인구는 647명이지만 달서구와 수성구는 984명, 773명에 달해 중구 392명, 남구 401명, 서구 470명에 비해 절대 부족한 형편. 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도 지난 2월 기준 달서구는 728명인데 비해 남구와 중구는 336명, 145명으로 최고 5배의 차이를 보여 구청간 행정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낳고 있다.
인구와 면적에서 구별 차이가 크다보니 이에 기초한 자치구간 예산도 구별로 최고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남구의 올해 예산 548억원은 달서구 1천188억원, 수성구 1천154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취득.등록세 등에 기초, 대구시가 구별로 책정하는 교부금도 올해 북구 279억원, 수성구 279억원, 달서구 275억원인데 비해 중구 138억원, 남구 192억원, 서구 229억원에 그치고 있다.
예산부족은 주민복지 차별화로 이어진다. 주민복지시설로 지난해 4월 청소년수련관을 마련한 달서구의 경우 각각 110억, 70억원을 들여 2003년 개관예정으로 구민문화센터, 노인종합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규모 공사도 병행, 자체예산 71억원을 책정, 올해 18개소의 소방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반면 '마이너 지자체'로 분류되는 남구, 서구, 중구의 경우는 복지사업예산은 고사하고 장기계속사업은 물론 역점사업인 소규모공사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남구는 하수도 사업, 도로보수사업, 양지로 환경개선사업 등 소규모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서구도 국비나 시비 지원없이 자체예산으론 도로개설 등 신규공사가 불가능해 소방도로 및 하수도 유지.보수에 그치고 있다. 중구도 157억이 필요한 봉산문화회관 건립을 추진중이지만 예산부족으로 공사진행이 불투명한데다 소방도로 미개설지 95곳에 대해서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자체가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전자문서시스템도 수성구, 달서구, 동구만 지난해부터 전면 시행중이며 남구, 서구, 북구 등은 예산부족 으로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남구청 한 관계자는 "캠프헨리, 캠프워커 등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군기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며 "도로개설 등 도시계획사업도 차질을 빚어 구 발전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인프라도 구별 차이가 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대구시내 초.중.고교 368개 가운데 달서구와 수성구에 89개, 65개가 몰려있다. 시교육청에 등록된 대구시내 전체 학원 5천97개도 수성구와 달서구에 각각 1천38개, 1천96개의 학원이 몰려있어 서구 470개의 2배가 넘는다.
수성구 지산동 ㅎ학원 원장 임모(40)씨는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인 토플(TOEFL)반의 경우 전체의 50% 정도가 남구, 동구 등 타지역 학생들"이라며 "학생수, 수강료 등에 따라 학원 수입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수성구로 학원을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구청 공무원들의 근무지 주거비율도 크게 차이가 난다. 남구청 공무원 584명 가운데 22.7%인 133명만 남구에, 서구청 공무원 699명 중 22.0%인 154명만 서구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수성구의 경우 전체 709명의 직원 가운데 60.3%인 428명이, 달서구는 812명 중 61.9%인 503명이 직장이 있는 구에 살고 있다.
이상헌기자 lsh@davai@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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