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고이즈미 右翼的 성향을 우려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후생상이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번 고이즈미의 당선은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를 좌초시켜 '파벌 종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정치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상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90년대의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 위기의식이 고조돼 있으나 자민당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해왔다. 따라서 이번 고이즈미의 등장은 파벌, 금권정치로 연명해온 자민당식 구태정치에 대한 '당원혁명'이기도 하지만 변화를 갈구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선거혁명'이기도 하다.

이같은 일본의 선거를 통한 변화 움직임은 경기 침체에다 정치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앞으로의 정치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그 파장이 주목된다. 물론 '개혁'을 내세워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의 앞날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그가 선거중 공약한 대로 파벌논리를 뛰어넘어 당 3역 및 내각을 일신하는 개혁인사를 단행, 일본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우리는 그러나 일본 내부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이번 당선자인 고이즈미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우려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총리가 되면 8.15패전일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식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NHK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우익 교과서 재수정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이런 우경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발언으로 볼때 앞으로 우리와의 무역이나 외교문제에서 격랑이 일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그가 무책임한 우익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웃과의 선린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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