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들 살아남기-영세상인들

1t 트럭에 채소, 과일을 싣고 다니며 하루벌이에 나서는 김모(40.대구시 서구 평리동)씨는 이른 아침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는다.

품질이 뛰어난 과채류는 아니지만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고른 뒤 값을 알리는 차량용 녹음을 끝낸다. 중구에 있는 식당가 골목을 누빈 뒤 점심 시간이 지나면 동구의 주택가로 '영업장'을 옮긴다. 오전 6시에 집을 나가 오후 8시까지 5만원 정도를 벌면 그날 수입은 괜찮은 편이다. 밥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기름 값을 빼면 4만원을 벌 수 있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들지 않은 것도 돈 때문이다. 목 좋은 골목에 상주, 장사하고 싶지만 웬만한 길목에는 이미 '선점자'들이 차지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날씨가 괜찮은 날이면 그나마 낫지만 비라도 오면 뻔히 보면서 아까운 채소를 버리기 일쑤다.

김씨는 "예전에 건설 경기가 좋은 때는 일용직 노동자로 한달 150만~200만원을 벌었지만 트럭 노점을 한 뒤로는 불규칙한 수입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기 어렵다"며 "어떻게 해서든 경기가 나아져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내 대학 주변에서 부부가 3평짜리 꽃가게를 하는 박모(38..남구 대명동)씨는 꽃을 사지 않는 학생들을 쳐다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박씨는 "IMF 때만 해도 발렌타인, 화이트데이에 1만5천~2만원짜리 꽃이 많이 나갔지만 요즘은 5천원 이상짜리는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며 "봄에 꽃 시세가 폭락하는 것을 보면 화훼농, 꽃가게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 간선도로변 알루미늄 상자에서 구두수선을 하고 있는 이모(50.서구 내당동)씨는 가뜩이나 벌이가 시원찮은데 공무원들이 미관상 문제를 내세워 일터까지 뒷골목으로 옮겨가라고 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씨는 "5년 이상 한자리에서 단골을 확보해 구두 닦기를 해왔는데 보기가 싫다는 이유로 뒷골목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국제행사도 좋고 미관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생계도 생각해야 될게 아니냐"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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