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서운 사채수렁 간까지 팔아넘겨

주부 이은아(36·가명)씨는 지난해 4월 한 사채업자에게 한달 17%의 이자로 400만원을 빌렸다. 한 순간의 실수로 진 도박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때만해도 사채의 수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다. 제때 갚지 못한 빚은 이자가 새끼를 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8개월동안 오빠와 형부 소유의 땅까지 처분해가며 6천만원을 갚았지만 그래도 원금 400만원과 이자 200만원은 갚을 길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사채업자의 협박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팔기로 작정했다. 이씨는 사채업자가 소개해 준 한 병원에서 사채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간 일부를 떼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줬다.

이씨는 지난 2월 "가족들 보기가 너무 미안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속죄하는 기분으로 살겠습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 이씨의 형부는 "사채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미리 알았다면 돈을 빌리지 않았을텐데…"라며 발을 굴렀다.

회사원 권모(33)씨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빚 90만원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로부터 20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한달 뒤 원금과 이자 50만원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두달뒤인 올 1월 사채업자 기모(27)씨는 20대 3명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며 권씨의 신용카드, 노트북 등을 빼앗고 강제로 현금 2천350만원의 가짜차용증을 쓰게 했다. 이들은 한달뒤 권씨의 매그너스 승용차를 다시 빼앗았다. 그러고도 계속 폭력을 휘두르며 협박, 결국 권씨는 5개월만에 원금의 15배를 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살인적인 고리사채의 대부분은 신용 또는 재산을 담보로 하지않고 '신체'를 담보로 하는 셈이다. 3년전 사채업자로부터 1천600만원을 빌린 뒤 이자만 8천여만원을 물고 3천500만원짜리 전세계약서마저 빼앗긴 상태서 원금을 갚지않는다며 폭행을 당한 임신부 안모(35)씨, 서울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의 '신체포기각서'사건이 고리사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사채 피해는 급전이 필요해 몸을 담보로 하는 등 아무런 생각없이 계약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선 '급한 돈부터 막자'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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