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남성 중심 사회의 변방 노릇을 길게도 해왔다. 남성이 흔드는 팔을 요령껏 피하거나, 고작해야 휘젓는 팔의 도우미 정도가 여성의 사회적 기능이었던 것이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여자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지만, 실제 그 시대로 가보면 이는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했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 '여인 천하'는 조선 중기 여인들의 집념과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은 결코 조명받지 못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여성 밀쳐두기' 문화가 시대적 담론으로 부각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집을 박차고 나온 '인형의 집'의 노라를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최초의 문자적 반란으로 해석함은 이 점에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빚어졌다면 하나님의 마음을 닮은 것이 인간이란 관점도 있다. 그 마음 중에는 천지창조 최후의 순간에 빚어진 여성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존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여성 3인조 페미니즘 연극 집단이 아주 특이한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이 연극은 객석 코 앞에 큰 흰 천이 드리워진 무대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시작된다. 이윽고 객석 불이 꺼지고 동시에 흰 천이 휙 벗겨지자 목에 걸린 사진기만 빼고는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늘씬하고 요염한 여성 셋이 드러난다. 목전에서 벌어진 이 예상밖의 해프닝에 남성 관객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이들을 응시할밖에. 잠시 남성 관객의 응시를 내버려두던 나체들이 느닷없이 사진기를 빼내어 시각적 즐거움(?)에 푹 빠진 남성 관객의 표정을 일일이 담기 시작한다. 마치 "왜 너희들만 날 보느냐, 나도 너를 보며 즐기겠다"는 듯이.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믿음이 응시(gaze)의 문제로까지 확산됐다고나 할까.
목젖과 주민등록상의 기록만 빼면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한 성전환 남성이 지금 화장품 광고에 나온다. 남자도 여자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이미지의 전달 의도가 확연한 이 광고를 보면서 역사적 격세지감에 젖게된다.
가야대 교수.연극학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尹 탄핵 선고 임박했나…법조계 "단심제 오판은 안 된다" 우려도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권영세 "美 민감국가 지정, 이재명 국정장악 탓…탄핵 악용 막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