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진전문대 'CAM''3차원연구회'

"매일 밤10시까지 공부 시킵니다. 가급적 개인 시간을 안주려고 애쓰죠. 남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2년이나 적은데 괜히 딴 생각하면 아깝잖습니까?" 학원 대학입시반 얘기가 아니다. 영진전문대 '전공연구회' 중 하나인 'CAM 연구회' 장균욱(24·컴퓨터응용기계계열2년) 회장의 말. 'CAM'은 신입생을 혹독하게 단련시키기로 유명하다. 마치 용병을 키워내는 군사학교 같은 분위기.

"2년 공부해 4년제 졸업생들과 경쟁하려면 시간이 부족하죠. 전공연구회나 스터디그룹에 신입생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원이 제한돼 있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집단도 아닙니다. 주말이나 방학 때도 지도교수 연구실에 모여 밤새워 공부합니다". '3차원 연구회'의 이재갑(25·컴퓨터응용기계계열2년) 회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전공연구회' '스터디그룹'을 포함해 영진전문대에는 66개의 동아리가 있다. 그 중 동아리방을 가진 곳은 35개 뿐. 나머지는 강의실을 떠돌아 다닌다. 방을 가진 동아리라고 해서 완전히 안심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동아리도 이젠 경쟁시대입니다. 활동이 부진하면 방을 내줘야 합니다. 6개월마다 활동을 평가해 부진한 '전공연구회' 2곳은 방을 반납토록 하고 있죠. 외부 수상 경력이나 다양한 활동을 펼친 '스터디그룹'이 새로 '전공연구회'로 승격하면서 방을 '쟁취'해 버립니다".

지난달 어렵게 동아리방을 '쟁취'했다는 '3차원'의 이 회장은 "활기 넘치는 경쟁 때문에 졸업한 선배들이 매달 기금을 모아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CAM'도 입방 동기. 두 동아리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기계·부품을 설계·제작하는 연구 모임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이같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영진에는 작년 전국규모 대회 수상 실적이 있는 동아리만도 7개나 있다. '3차원'은 작년 9월 중소기업청 주최 전국 대학생 창업아이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공로를 인정 받았다. 'CAM'은 혹독한 신입생 훈련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전공연구회'로 인정되면 필요한 기자재 구입 때 학교로부터 일정부분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3차원'의 이 회장은 공고 졸업 후 중공업회사 다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전문대생.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경북대 앞을 지날 때면 "언젠가 실력으로 앞서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CAM 장 회장도 방산업체에서 근무한 적 있다. 1학년 때 연구회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쓰라림도 겪었다. 그래서 연구회 활동에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학교에서 최고가 되면 언젠간 우리나라 최고가 되겠죠.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겨룬다면 언젠가 4년제 졸업생들과 진검승부를 펼칠 날이 올겁니다". 전문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형성됐던 가슴 아픈 인식들, 4년제 못 간 학생들이나 모이는 곳, 기회만 되면 편입시험 치러 4년제로 옮겨 갈 궁리하는 학생들… 그러나 개방 경쟁시대가 열려 가면서 전문대생들이 자신감을 회복했다. 길은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것. 활동이 부진한 동아리도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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