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실용성 추구 결혼풍속 확산

오는 6월 결혼할 예정인 이상호(36)씨와 이지용(28·여)씨는 지난 19일 결혼 후 재산관리와 이혼시 처분 방법 등을 미리 계약한 '부부재산약정'을 하고 법원등기를 위해 서울의 한 법률회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 예비부부의 계약내용은 상속재산 등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하되 주식투자와 자동차 등은 별도 재산으로 각자 관리하며, 주택은 남편과 아내가 6대 4 비율로 재산권 행사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얼마전 할리우드 스타 마이클 더글라스가 여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와 결혼할 때 거액의 이혼 위자료를 미리 명시한 계약서를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됐듯 서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나 아직 우리나라에선 극히 보기드문 사례이다. 하지만 이씨 부부의 이같은 계약은 상호 평등과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우리사회 젊은 세대들의 급격하게 달라지는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듀오정보·선우 등 결혼정보회사들에 따르면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의식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남성의 경우 맞벌이를 필수로 하는 경향이 크게 두드러졌으며 가사노동 분담문제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여성의 경우 '연하남'을 찾거나 인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통적인 '함'문화를 기피하고 혼수비용에 있어서도 양가부모에게 주는 예단비용을 줄이거나 주택마련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는 등 결혼비용에 있어 실용성을 추구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형식과 체면을 중시하던 기존의 결혼관이 점차 깨어지고 각자의 개성과 경제력을 우선시 하는 새로운 결혼 풍속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듀오정보가 지난 1월 전국 미혼남녀 1천38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배우자 선택시 우선 고려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남녀 모두 성격(30%)을 첫 순위로 꼽았다. 선우가 지난해 6월 전국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남녀 모두 성격(44%)을 우선 순위로 선택했다. 과거보다 배우자 선택시 성격의 중요성을 더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우자 선택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 남성은 성격에 이어 외모(25%), 가정환경(12.3%), 직업(9.5%), 학력(7.2%) 등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의 경우 성격에 이어 직업(29.9%), 가정환경(11.5%), 학력(11.2%), 외모(8.8%) 등 순으로 대답했으며 특히 이전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 남성은 교사(28%)를 첫번째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공무원(17.8%), 디자이너(8.9%), 약사(7.9%), 대기업 사원(5.6%) 등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의외로 대기업 사원(22.8%)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으며 의사(15.2%), 법조인(12.8%), 공무원(9.2%), 회계사(8.4%) 등 순으로 대답했으며 벤처특수 붐이 일던 2년전 일등 신랑감으로 꼽혔던 벤처기업 사원은 8위로 떨어졌다.

맞벌이 문제에 대해서도 남성은 53%, 여성은 36%가 찬성의사를 보였으며 가사분담에 대해서도 남성 55%, 여성 69%가 공동분담 의사를 나타냈다.

연상녀·연하남의 결혼에 대해 남성은 '사랑한다면 상관없다(32.7%)', '긍정적이다(20.1%)', '거부감은 없다(18.2%)' 등 순으로 71%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여성은 '사랑한다면 상관없다(54.1%)'가 1위를 차지했으며 '거부감은 없다(21.5%)' 등 순으로 연하남과의 결혼에 대해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함'문화에 대해서도 남성은 66.9%, 여성은 60.5%가 기피하는 것으로 응답했으며, 남녀 각각 62.7%, 70.7%가 신랑 혼자 '함'을 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결혼하고 싶은 나이를 묻는 질문에서는 평균적으로 남성은 30.6세, 여성은 28.6세로 답해 남성들의 결혼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반면 여성의 만혼화 추세는 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조현춘 경북대 교수(심리학)는 "기존 관념을 탈피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결혼관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너무 경제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배우자 직업 선호도

남 성

순위 항 목백분율

1교사28.0%

2공무원17.8%

3디자이너8.9%

4약사7.9%

5대기업 사원5.6%

6간호사5.4%

7예술인4.7%

8벤처(중소)기업사원4.2%

9상관없다2.1%

10의사1.9%

11기타13.6

여 성

순위 항 목백분율

1대기업사원22.8%

2의사15.2%

3법조인12.8%

4공무원9.2%

5회계사8.4%

6사업가및자영업자7.4%

7금융업 종사자6.6%

8벤처(중소)기업사원5.4%

9대학교수4.4%

10언론인2.5%

11기타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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