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시세따라 부익부 빈익빈

전문가들은 자치구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의 하나로 종합토지세 세수액의 차이를 꼽고 있다. 구별로 전체 구 세입 가운데 3분의1~4분의1 가량을 차지, 가장 큰 구 세목인 종토세는 면적과 땅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많이 걷힌다.

지난 99년 구별 종토세 세입액은 중구가 110억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달서구 95억원, 수성구, 북구 90억원이었다. 반면 남구와 서구, 동구는 43억원, 56억원, 63억원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세원이 적다보니 행정자치부가 매년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파악하는 재정력지수에서도 대구 남구가 지난해 전국 광역시 69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동구와 서구는 각각 68위, 66위에 머물렀다.

남구청 한 관계자는 "재정력지수 순위에서 나타나듯 기본행정수행을 위한 재정수요의 실질적 확보능력이 없는 광역시 자치구는 도 산하 시.군과 같이 교부세 대상단체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구별 재정력 격차 해소를 위해서 지역간 행정구역 재조정 및 구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배남효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은 "대구시의 대다수 구는 규모가 적어 행정이 대구시 중심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며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구역조정 특별위원회를 구성, 단기적으로는 구역 재조정, 중장기적으로는 구별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구 예산 규모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세수 구조 개선방안으로 구세(區稅)인 종토세를 시세(市稅)인 담배소비세와 맞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전체 575억원 정도인 종토세를 1천128억원 규모인 담배소비세와 전환할 경우 재정형편이 열악한 일부 구의 예산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울 수 있다는 것.

대구시의 도시계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구시는 지난 97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지역간 균형발전과 효율적 도시성장을 위해 동대구역 주변을 신도심으로 개발하고 동구 안심, 달서구 성서, 북구 칠곡 및 달성군 현풍에 부도심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지역경제 전반이 극심한 침체기에 들어가 신도심.부도심 개발 계획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전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더욱 요청되고 있음에도 대구시의 도시기본계획이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발상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남대 토목도시환경공학부 김타열 교수는 "시장수요 예측없이 계획만 세워 대구시의 공간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며 "지역별 특성화를 살릴 수 있는 도시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행정기관이 단순히 외부용역업체에 업무를 위임하는 현 체계 대신 많은 전문인력이 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도시계획기법의 수준향상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기본계획의 부실은 계획집행에서 과다한 비용 유발과 공익성 추구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간 삶의 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파악하고 균형있고 특색있는 지역발전전략 대안을 제기해야 할 대구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교육 등 일부 부문에서는 지역간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인프라는 구별로 큰 차이가 없어 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대책을 세울 계획은 아직 없다"며 "부도심 개발도 경기침체로 수요가 없어 시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경우 각 자치구에 대한 재정지원 기준을 전면 재조정키로 하는 등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 대구시의 반응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서울 송파구, 양천구 등은 자치구내에서도 구도심, 신도심에 따라 벌어지고 있는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삶의 질 지수' 개발 등 고심하고 있어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김형기 대구사회연구소장은 "어느 지역에 살든 최소한의 삶의 질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시빌 미니멈(civil minimum)을 갖추지 않을 경우 지역민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구별로 따로 설치하고 있는 문화.복지 등 각종 시설도 2, 3개 자치구를 묶어 설치해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통상 및 경제학부 손광락(46)교수는 "자치구간 격차는 서로의 특성에 따라 발전하는 '지역적 분화'로 설명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조건만족없이 다양성을 추구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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