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재 연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다. 또 향토사 연구가라면 지긋한 나이에 흰수염 날리며 근엄한 모습이 연상되는 게 보통. 그러나 울진의 향토사가 심현용(34.울진읍)씨는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창 넓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영락없는 10대의 모습. 스스로도 '울진 향토사계의 햇병아리'로 자칭한다.
그러나 심씨가 최근 몇년 사이 보여주고 있는 향토 문화재 연구 성과는 괄목할만 하다. 새롭게 발견하거나 기존 사료의 기록을 정정하게 한 것만도 무려 10여 건. "희귀성 때문에 취직이 잘 될 것 같아" 1987년 대학 입학 때 경주대 문화재과를 택했었다는 심씨는 대학 시절에는 문화재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계기가 온 것은 군 복무 중 역사학을 전공한 전우를 만난 것. 그때부터 이 분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 제대.복학 후 유물 발굴에 실습 나가면서는 아예 매달릴 정도였다.
졸업 후 고향 울진으로 돌아와 관광업체에 취업한 후에도 문화재 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경북대 석사과정 사학과에 진학하기까지 했다. "틈 나면 향토사 기록과 카메라를 들고 고향 산천을 돌아 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사료에 틀린 부분이 많이 발견되더라고요. 바로 잡아보자는 뜻에서, 또 문화재 연구를 위해선 체계적 역사 공부가 필수적이리라 생각돼 대학원에 진학했지요".
그가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작품은 1999년 7월의 '울진 윷판형 원형다공문 암각화' 발견. 자신의 고향마을 유물부터 챙겨보자는 생각에 근남면 수산리 뒷산을 뒤지다 정상 바위에서 선사시대 제천의식을 위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를 찾아낸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심씨의 논문은 암각화 연구자들에게도 전파돼 자료로 쓰이고 있다.
같은 해 11월엔 1979년 도굴돼 없어졌던 왕자 견석(堅石, 성종 때)의 태실 유물 일부가 영남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음을 밝혀냈다. 태(胎) 담은 항아리 등 이 유물은 평해읍 삼달리 태봉산 태실에 있던 것이었다. 그 후 심씨는 이 '신래 태실'과 '화구태실'(평해읍 월송리), '나곡 태실'(북면 나곡리) 등을 연구한 '울진의 태실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 전국 문화원 연합회로부터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심씨의 업적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 중기 겸재 정선(鄭敾)의 '망해정도'(望海亭圖)란 그림의 정체도 밝혀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울진 망양정을 배경으로 한 '망양정도'(望洋亭圖)임을 규명, 대학 측에 통보해 학계로 하여금 공식 인정토록 한 것.
그가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고인돌만도 울진군내 전체 고인돌(77개)의 절반이 넘는 45개나 된다. 북면 고목리 '사람 발자국 암각화', '울진 포진에 관한 연구', 기성면 척산리 '동심원문 암각화', 군내 최대 고인돌 군락지, '장재사(長在寺) 터 석조 약사여래 좌상 연구' 등의 논문과 발견도 그의 작품이다.
'울진역사연구회' 회원인 심씨는 현재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울진공항 부지 내 문화유적, 국도 7호선 확장 구간 고인돌, 장재사 터 불상 등의 이전.보존을 위해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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