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초대석-물질 개벽됐으니 정신 개벽해야

원불교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法身佛 一圓相). 둥근 원(○)하나뿐이다. 단순하고도 경쾌하다. 비어진 듯 가득 차있고 차있으면서도 빈 것도 같다. 원만(圓滿)의 표상도 이렇게 그려지는 것 아니던가.

28일 원불교 대각개교절 86주년을 앞두고 원불교 대구.경북교구에서 만난 창타원(昌陀圓) 김보현(64) 교구장도 법신불 일원상을 닮아 있었다. 햇살같은 순수함과 시종 웃음으로 일관한 넉넉함….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 20여년간의 구도끝에 1916년 4월 28일 큰 깨달음을 이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와 함께 원불교를 창시한 날로 원불교 최대명절이지요".

'정녀(貞女)'인 김 교구장은 그래서일까 마치 소녀같은 설렘으로 오는 28일의 소태산 박중빈 대각개교절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해 출신으로 도정업을 하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 상고머리때부터 이웃 할머니 양말을 깁고 씻어 드리는 등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봉사하는데 기쁨을 느꼈던 김 교구장은 그래서 미래의 꿈도 '좋은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 잘 살겠다'는 대다수 친구들과는 달리 "큰 고아원을 만들어 봉사하면서 살거야"는 남다른 각오로 자랐다.

어머니가 다녔던 원불교를 함께 다니면서 아침에 수양정진(修養精進)에, 낮에 봉사활동(報恩奉公), 저녁에 하루를 참회하고 반성하는 일과를 보며 자랐다.

원불교는 소태산과 후계자인 2대 정산종사를 거치면서 '이 세상은 한 울안 한 집안이요, 인류는 한 권속이니, 서로 돕고 사랑하며, 평화롭게 함께 살자'는 원불교 일원(一圓)사상과 삼동(三洞) 윤리사상이 체계를 잡는다. '화해로운 어울림'이 요체인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그래요. 소태산께서 전남 영광출신이시고 2대 정산종사님은 경북 성주출신이지요. 원불교는 그래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영.호남 갈등문제를 애시당초 아우른 종교이지요".

원불교는 종교간 화해 문제에 가장 앞서 나간 종교로 평가받고도 있다.

요즘 김 교구장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교화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일엔 김천 소년교도소에 가서 70여명의 소년범들에게 '침'을 세방 놨단다. '가르침, 깨우침, 뉘우침'….

"오늘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만드는 교화여야 해요. 물질은 개벽되는데 사람 마음은 개벽되지 않고 흔들리고 있어요. 어른이 이 모양이니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교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속에 있어요. 아이들이 어른을 공경하고 주위와 화합하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원불교는 21세기를 비롯, 징벌의 전제없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내다 보는 독특한 종교관을 지녔다. "소태산께서는 풍우설상과거후(風雨霜雪過去後)/일시화발만세춘(一時花發萬歲春)이라고 일찍이 예언하셨지요. 즉 바람과 비, 서리와 눈이 다 지난후면 꽃피는 긴 봄날이 이어질 것이란겁니다".

사람이 정신차리기만 하면 밝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법신불 일원상의 둥근 원형과도 그대로 닮았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부산여고를 나와 61년 원광대 원불교학과에 입학해 본격 정진에 나선 김 교구장은 원불교 제주.일본교구 교구장을 지내기도 했고 원불교 최고 결의기관인 정수위단원중 한 분이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