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속절없이 가고, 5월은 첫날부터 휴일(석가탄신일·근로자의 날)로 시작하여 어린이날(5일) 연휴로 이어진다. 부모님을 모시고 있거나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을 때다. 대부분 놀이공원이나 어린이날 관련 행사장에 귀를 세우고 있을 때 분홍색 복사꽃과 하얀 사과꽃을 점점이 뿌려놓은 교외로 이정표를 잡는 것도 훌륭한 나들이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봄의 꼬리를 붙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대구의 바람막이 팔공산. 그 들머리 불로동 고분군에서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고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에 이르는 동북간 드라이브코스에도 봄이 한창이다. 산비탈마다 복사꽃·사과꽃이 흐드러져 영덕이나 청도 등 복숭아 집단 재배지까지 가지 않고서도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불로동 화훼단지를 지나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바로 불로동 고분군. 마침 어린이집에서 소풍나온 꼬마들이 개미를 관찰한다며 왁자지껄하다. "이곳은 삼국시대 무덤이란다". 선생님 말씀에는 아랑곳 없다. 손에는 저마다 돋보기가 들려있다. 무려 200여기의 넓디넓은 고분군의 푸른 잔디, 그 위에서 구르고 뛰어노는 아이들.
5, 6세기경 이 지역 지배세력의 분묘들로 추정되는 불로동 고분군은 직경 15∼20m, 높이 4m 내외의 봉토분으로 사적 제262호. 규모는 9만여평에 이른다. 드문드문 버티고 있는 소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흙 밟을 기회가 드문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게 해줄 수 있다. 가끔씩 비행기 소음이 분위기를 흐트려 놓는 것만 빼고는.고분군에서 나와 팔공산으로 향한다. 파군재 삼거리에서 파계사 방향으로 지름길을 택해도 좋다. 길 양옆 눈을 어지럽히는 간판들은 여기가 산 속 아닌 도회지 한복판쯤인지 저마다 한 번 둘러보라고 손짓한다.
한티고개에 올라서면 팔공산 자락과 군위쪽 풍광이 확연히 다름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 매연으로 흐릿한 대기권 아래 대구 칠곡지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2석굴암'에 들어서니 삼존석굴은 지금 얼기설기 그물망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 바위층 어딘가에 균열이 있는지 비만 오면 물이 떨어져 누수경로를 조사하고 있다는 군위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보 제109호. 경주 석굴암보다 먼저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돌부처는 수십m가 넘는 바위 벼랑의 3분의 1쯤 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1천여년전 부처님 가피로 절벽 굴속에 자리잡은 돌부처가 오늘에 와서는 우리들을 위해 저토록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삼존석굴을 지나면 부림 홍씨 집성촌인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이다. 200년은 넘은듯 휘어지고 굽은 솔숲이 길 양켠에 자리해 한눈에도 오래된 마을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팔공산 줄기에 둘러쌓인 이마을은 예로부터 경관이 수려하여 선비들이 즐겨 찾고 생활하던 곳이라고 안내문은 알려준다.
돌담 치레가 유난하다. 고풍스런 고가이건 일반 농가이건 하나같이 돌담장을 두르고 있다. 밭고랑 사이에도 돌들이 열병하듯 줄지어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니 텅빈 집터에도 돌담만은 어김없이 자리를 지킨다. 담쟁이 덩굴이 기어오르고 산수유·감나무가 몇그루씩 보인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대청(大廳)은 과거엔 서당이었으나 지금은 마을 경로당으로 쓰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멋진 경로당일 듯싶다. 동민 홍영춘(61)씨는 "옛날에는 양쪽으로 물이 흐르는 이곳 지형 때문에 우물을 파지 못하게 했었다"며"큰길에서 보기와 달리 400여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다"고 큰기침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가족끼리 가볼만한 대구근교권
▷문화유적 답사코스
고령 대가야 왕릉박물관·지산동 고분군(88고속도~고령IC~고령읍 가는 길 왼쪽편)
불로동 고분군·신숭겸장군 유적지(대구 동구 지묘동 526)
가창 녹동서원·남지장사(달성군 가창면 우록동마을, 시내버스 204번 종점)
달성 도동서원·현풍곽씨 12정려각(88고속도 현풍IC~구지, 창녕방면)
▷나들이 코스
군위 대율리 한밤마을(한티재~삼존석굴~부계방면)
달성 정대숲 계곡(가창댐으로 우회전후 20분 거리)
비슬산 자연휴양림·참꽃(달성군 유가면 용리 산10번지)
봉무공원·수상레포츠(대구 동구 봉무동)
▷드라이브 코스
영천 보현산 천문대·자양댐(35번국도 청송방면~보현산 입구 자양방면)
청도 운문댐(경산자인~청도~경주·건천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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