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비싼 대가 치를것" 잇단 성토

우리 정부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 왜곡, 축소, 누락이 현저한 20~30여곳에 대한 재수정을 요구할 방침인 가운데 북한에서도 일본의 역사 왜곡 및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 이 만든 새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고 1주일이 뒤인 지난 11일 정부 대책반을 출범시킨 것과는 달리 지난해말부터 '새역모' 교과서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계속 일본을 비난해 왔다.

북한은 일본의 '새역모' 교과서가 지난 3일 검정을 통과하자 이틀 뒤인 5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일본 당국의 이러한 처사는 지난날 일제에 의해 참혹한 재난을 강요당한 조선과 아시아 나라들, 그리고 국제사회와 공정한 여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위에서 북한 대표는 "군국주의 부활과 다른 나라에 대한 재침야망을 고취하는 데 목적을 둔 일본 정부의 계획적이고 음모적인 책동"이라고 일본을 성토했다. 일본 새 교과서를 대표집필한 가큐슈인 대학의 사카모토 다카오 교수의 '화장실 망언'에 대해서는 "사카모토는 자신뿐 아니라 일본 지성계 전체를 그가 표현한 화장실 속에 기생하는 동물적 존재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새 교과서 문제와 관련 자국 언론과 국제무대를 통한 북한의 대일 비난은 언뜻 보기에는 말뿐인 것처럼 비치지만 일본과 외교관계가 없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는 그들로서는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최근 일본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과거로의 회귀 및 우경화 경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북한은 23일 지난 20일 일본 정치인들이 대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과 관련 조선중앙방송 논평을 통해 "일본 사회에 군국주의 열기를 불어넣기 위한 재침선동행위"라고 비난했으며, 최근 일본 정계에서 일고 있는 '유사시법제' 추진 및 자위대의 집단 자위권 보장 움직임에 대해서는 "해외침략전쟁을 합법화하기 위한 군국주의 책동 일환"이라고 성토했다. 북한의 이러한 대일 비판은 차기 일본 총리로 사실상 확정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자민당 신임총재가 24일 회견에서 신사참배 계획과 전쟁포기와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개정의사 등을 밝힘으로써 더욱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북한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은 '친일파'를 철저히 척결했다는 도덕적인 자신감과 함께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나라나 중국보다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송회선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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